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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의 편지

39. 네 번째 편지

by juyeong

우글우글. 남자아이들로 가득 찬 학교는 야생 그 자체였다. 복도 달리기 시합은 양반이요. 인근 여학교 출석부는 어떻게 가져온 거며, 물통에 막걸리를 담아와 마시는 놈에, 이층 창밖으로 왜 뛰어내리는 건지.


-불이야!


학교 일각에서 불이 나는 것도 엄청 특별한 일은 아니었다.


- 이놈의 자식들이!


허겁지겁 뛰어온 마츠모토와 교사들은, 일단 바케스에 물을 받아 끼얹기 시작했고. 그 모습을 지켜보는 민우는 관이가 이 틈에 꼭 편지를 전달하길 간절히 바랐다.


텅 빈 교무실.

조용히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온 관이는 곧장 마츠모토 자리로 향했다. 네 번째 행운의 편지를 서랍에 넣으려는데 젠장! 빌어먹을! 서랍이 닫혀 있었다.

아 그래. 마츠모토는 늘 주머니에 열쇠 꾸러미를 넣었지.

관이는 의자에 걸쳐놓은 그의 옷에서 열쇠 뭉치를 꺼내 하나하나 넣고 돌리기 시작했는데.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얼마나 지났을까.

철컥.

마침내 맞는 열쇠를 찾아 서랍을 여는 그때


- 관아.


마츠모토가 세상 따뜻한 목소리로 관이의 이름을 불렀다.

물론, 관이를 학도병으로 보내겠다는 가장 차가운 마음으로 말이지.

벌써 불을 다 끈 건가? 내가 불을 낸 걸 알아차린 건 아니겠지?

그러나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아직 편지를 어쩌지 못했다는 거였다.

겁에 질린 관이가 일어나 마츠모토를 보았을 때


- 그거 내가 준 종이니? 아버지 서명 받아왔지?


관이의 손에 들린 것이 행운의 편지라는 게 알려지면, 개죽음을 면하기 어려울 터였다. 마츠모토의 손이 관이에게로 뻗어가는 그 순간


- 아이고 선생님.


승면이 교무실에 들어왔다.

처음 인사드립니다. 허리를 깊게 숙이며 연신 인사를 해대는 승면의 양손은 선생님께 드릴 선물로 무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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