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 야 이놈아!
- 편지를 잃어버리면 어쩌자는 거냐!
쏘아대는 한마디 한마디가 어찌나 매섭던지 민우는 눈물이 핑 고였는데.
- 얘가 일부러 잃어버렸겠어요?
민우의 편을 들어주는 건, 관이뿐이었다.
그렇다고 상황은 나아질 기미가 없어서
- 재수 없는 놈은 빠져!
- 아아 그래. 니놈 때문에 우리 아들까지 재수가 없어진 거야.
- 아니 방귀 뀐 놈이 성낸다더니! 지금 관이한테 뭐라는 겨?!
저 편지에 정말 불행을 자초하는 힘이 있기라도 한 건지,
시장 사람들은 서로 엉겨 붙어 싸우기 시작했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머리채를 잡고,
다른 사람이 또 다른 사람의 종아리를 물고,
또 다른 사람이 또또 다른 누군가의 겨드랑이를 꼬집는,
그 아수라의 가운데서 민우는 고운을 떠올렸다.
누나라면 저를 손가락질하지 않을 텐데.
- 아!
- 왜?!
- 고운 누나가 편지 찾아다 준댔는데... 요.
그 거짓말쟁이 믿어서 뭐 해?
처음 편지 산 돈도 누나가 준 거였어요.
뭐? 그걸 왜 지금 말해.
그래. 그게 지금 뭐가 중요해. 그 망할 년.
그러나 다시 아사리판에 집중하자니 흥은 깨졌고, 엉거주춤한 자세, 계면쩍은 표정으로 서로서로 보던 사람들 사이 발 하나가 비집고 들어왔다.
- 고운이라면 편지를 찾았을지도 몰라.
백탁이었다.
백탁은 잘 알았다.
고운은 제가 해내야 하는 일에 목숨을 걸었다.
자신의 목숨이 가장 하찮았기 때문에.
한편,
죽음을 부르는 행운의 편지 이야기는 코우즈키 집 담장 안에도 입에서 입으로 퍼졌다.
타쿠야가 마신 물 잔을 닦던 숙희는 집사 아재가 떠드는 소리를 들었다.
- 웬 놈의 편지가 사람을 죽인다니. 조선총독부 경부가 그딴 소리를 한다는 게 말이 돼?
니들은 괜한 일 안 얽히게 조심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