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의 편지

68. 그 편지

by juyeong

집사 아재는 손에 든 호외를 구겨 던지려다 그만두었다.

이전에 불태운 회초리 자욱이 벽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 불쏘시개로 써, 야겠네.


에잇.

아재는 누구에게 일을 시키는 것도, 그렇지 않은 것도 아닌, 애매한 말과 함께 호외를 두고 갔다.

아이들은 다들 각자 하던 일을 향해, 삼삼오오 떠들던 벗과 동료에게로, 눈을 돌렸다.

공처럼 구겨진 호외를 집어 든 건 숙희였다.


호외에 관심 있어서가 아니었다.

창문 청소할 때 써먹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문득, 숙희는 숨 쉬는 법을 잊었다.

호외에는 편지 본문과 함께, 편지의 생김새가 그려있었다.

검은 삼각형.

맞닿은 표시.


숙희는 누가 볼 새라 조용히 뒤로 빠져나왔다.

그리고 침착하게 뒷간으로 향했다.

하필이면 아이들이 드글드글했다.

여긴 안 되겠다.

숙희는 다시 본채의 계단을 올랐다.

숙희가 갈 곳이 하나 있었지.

삼층 복도 끝방.


침대에 뉘인 언니는 오늘도 미동조차 없었다.

숙희는 침대 아래 몸을 숨기고,

제 옷 안쪽에 손을 넣었다.

찬물 빨래로 차가워진 손에 놀랄 새 없이 편지를 꺼냈다.

어느 날 밤, 누군가가 건넨 행운의 편지 겉봉에는 맞닿은 검은 삼각형이 있었다.


-동무가 편지를 쓰면서, 봉투를 바꿔 담은 모양이에요. 동생에게 갈 편지가 제게, 제가 받을 편지가 동생에게 간 것 같더라고요.

-경수 오라버니요?


오라버니가 잘못 보낸 편지,

고운 언니가 찾고 있는 그 편지가


- 사람을 죽인다고?


덜컹.

그 순간, 삼층 복도 끝방 문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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