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 어쩔수가 없다
아버지의 죽음, 오라버니의 죽음 그리고 곧 벌어질 나의 죽음.
그간 아버지 벗으로 알고 따른, 철천지원수의 발이 침대 아래 숨은 숙희 눈앞에 있었다.
잡아채?
넘어뜨려?
하지만 그다음엔?
내가 무슨 수로 무슨 짓을 벌일 수 있을까?
혹시 품에 숨긴 편지를 전하면 정말 죽음이 벌어질까?
편지를 꺼내는 숙희의 움직임에 바닥 먼지가 일었다.
참으려 했는데. 그 간지러움을 이기지 못하고
에취.
- 어?
젠장.
코우즈키의 몸이 침대 밑을 확인하려는 듯 아래로 내려왔다.
머리의 그림자, 머리칼, 이마가 보이려는 그때
따르릉.
전화가 울렸다.
고운에게 전화가 오는 날이 오늘이었다.
왜 불행은 뒤통수도 모자라 앞통수까지 때리려는 걸까.
- 내가 코우즈키요. 말하시오.
언니까지 불행에 물들면 안 되는데.
- 누구시오.
- ... 코우즈키 씨라고요?
한편, 수화기 너머 고운은 당황스러웠다.
칼같이 전화를 연결하던 교환수가 전에 없이 시간을 끌더라니, 코우즈키 집 전화를 코우즈키가 받을 줄이야.
- 전화를 걸어 놓고 할 말이 없는가?
숙희와의 통화를 들킨 건가?
혹시 숙희가 편지를 가진 걸 들킨 걸까?
- 이놈 보게?!
어쩔수가 없다.
- 어르신, 안녕하세요. 제가 코우즈키님 이름이 적힌 행운의 편지를 발견해서요. 이 편지에도 검은 삼각형이 두 개 그려졌는데.
- 뭐?
- 제가 지금 어디 있냐면요.
전화를 끊은 코우즈키는 곧장 밖으로 나갔다.
그가 멀어지는 소리마저 사라진 뒤, 숙희가 침대 밖으로 나왔을 때, 다시 전화가 울렸다.
따르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