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 에우리디케와 오르페우스
한 번은 전화너머 언니에게 물었다.
- 언니는 뭐가 제일 무서워요?
무섭게 회초리를 휘두르던 집사 아저씨가
돌연 비 맞은 개처럼 변한 즈음이었지.
- 나?
잠시 숨을 고른 고운 언니는 짧은 이야기를 들려줬다.
산에서 길을 잃은 적 있어.
아침부터 비가 내렸는데
날은 점점 컴컴해지고
방향을 가늠할 작은 빛마저 사라진 순간
두려워지더라고.
짐승이나 괴한이 나타날까 봐 겁난 건 아니야.
내가 앞으로 가는 줄 알았는데 뒤로 가는 거면 어쩌지. 하는 두려움이었어.
그래서 결국 내가 제일 무서운 건, 뒤야.
내가 떠나야 했던 길에 있던 가족, 친구, 그리고... 숙희 너에겐 아직 조금 어려운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지금 백화점 앞
숙희가 전화 상자에 들어가자, 안은 조금 어두웠다.
그 어둑함이 깊숙이 숨긴 편지를 꺼내기엔 좀 더 마침맞았다.
숙희야. 전화 상자에 들어가면 전화 위에 편지를 두고 가.
그리고 나가서 곧장 집으로 가는 거야.
뒤에서 어떤 소리가 들려도 돌아보면 안 돼.
숙희는 행운의 편지를 두고 전화 상자를 나왔다.
몇 걸음 떼지 않았을 때 문소리가 들렸다.
어쩌면, 고운 언니가 들어가 편지를 꺼내는 걸지도 몰라.
숙희는 뒤를 돌아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걸 마지막으로 다시는 언니의 전화를 받지 못하게 될까, 고개 돌리고 싶은 마음을 꾹 참았다.
그리고 앞을 향해 갔다. 한 걸음, 두 걸음
그런데
탕.
총성이 울렸다.
- 저거 잡아!
숙희가 뒤로 고개를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