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의 편지

74. 더 빠르게 더 멀리 더 높이

by juyeong

숙희는 팔삭둥이였다.

동년의 아이와 나란히 있으면 눈에 띄게 체구가 작았지만, 아버지는 한 번도 아쉬운 소리를 한 적 없었다.

오히려,

숙희는 키가 작아도 가장 크게 웃고

작은 손을 부지런히 움직여 밥 한 공기 너끈히 먹는데 뭐가 걱정이겠니.

주변의 우려를 지웠다.

그러나 발, 그 작은 발에 신발을 신길 때는 조금 슬픈 얼굴이었다.


이전에 얘기했던 그날

여러 번의 시도 끝에, 마침내 숙희가 고무줄을 뛰어넘었을 때

아버지는 숙희 머리를 쓰다듬으며 단단히 일렀다.


- 숙희야, 발을 힘차게 굴러. 너를 괴롭히는 사람 곁에서 꼭 달아나야 한다.

- 네. 그럴게요.


답한 숙희였지만,

공부하러 간 오라버니를 기다리려면

코우즈키 어르신 집에 머물 수밖에 없었다.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 하는 어르신 딸 행세.

잘못한 것도 없이 맞는 집사 아저씨의 회초리와

굶주린 배를 부여잡고 억지로 청하는 잠.

무엇보다 숙희를 훑어보는 어르신의 검은 두 눈.

모든 것이 숙희를 옥죄었음에도

누구에게도 도움 청하지 못하고

벗어날 수 없었는데.


- 저거 잡아.


고운과 뛰어가는 지금,

숙희는 턱끝까지 차오르는 숨에

입 밖으로 심장을 뱉을 것 같은 동시에

해방의 기분을 느꼈다.


하지만,

쫓아오는 사람들과 제 곁의 숙희를 번갈아 보는 고운은 입술을 깨물었다.

놈들은

고운이 옷 주머니에 있던 작은 칼을 꺼내던지는 족족

맞고 쓰러졌으나

너무 많은 사람이 너무 빠르게 쫓아왔다.

안 돼. 잡힐 것 같아.


무엇보다

바로 뒤에서 따라오는 타쿠야.

타쿠야가 뻗은 짐승 아가리 같은 손이 숙희 머리칼에 닿을락 말락 했다.

그때

쿵.


뒤에서 거대한 소리가 들렸다.

뭐야.

갑작스런 파열음에 모두 고개를 돌리자

손잡이 부러진 인력거가 벽에 처박혀 있었다.

타쿠야와 그의 수족 몇을 덮친 건

김씨의 인력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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