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의 편지

75. 쿵쿵쿵

by juyeong

- 아저씨 이거 누가 주래요.


백화점. 고운. 편지.

누가 보냈는지 모를, 덩그러니 세 단어만 적힌 쪽지를 본 백탁은 다짜고짜 김씨의 망가진 인력거를 끌고 달렸다.

그리고 고운과 숙희를 쫓는 왜놈들에 인력거를 밀어 던졌다.

그걸 시작으로 길에 있던 몇 개의 인력거, 차가 현장을 덮쳤다.


갑작스러운 충격에 눈을 감은 타쿠야는 다시 눈을 뜨는 동시에 고운과 숙희를 찾았지만 아니, 찾으려 했지만

그의 앞에 보이는 건 사방이 허연 병원, 침대에 뉘인 그를 치료하는 의료진이었다.

젠장.


한차례 소동이 지나간 백화점 인근 길은

부서진 인력거 조각들과 흩뿌려진 사람들의 피로 엉망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거기엔 타쿠야의 피와 고운의 피가 함께 섞여 있었다.


충돌 사고는 피했지만, 쫓아오는 놈들을 따돌리며, 숙희를 지키느라

겨우겨우 시장통 앞에 다다른 고운은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 김고운 여기 있어?!

- 여자애는?!


순사들이 사방을 들쑤셨지만 그들은 고운도 숙희도, 인력거를 던진 놈도 찾지 못했다.


놈들이 오기 전,


- 일단 옮겨.


시장 사람들은 시장통 바깥 놈들은 모르는 작은 창고에 고운을 숨겼다.

얼마나 다쳤길래.

피를 닦으며 살핀 고운의 몸엔 크고 작은 상흔이 가득했다.

행운의 편지 살 돈을 모으려 여우 사냥할 때,

행운의 편지로 사기치는 놈들 입을 다물릴 때,

행운의 편지를 하나씩 전달할 때마다 고운은 다쳤다.

그 누구에게 보이지 않고

스스로도 돌보지 않은 고운의 몸은

하나의 거대한 상처가 되었고

드디어 오늘, 쉭쉭. 가느다래진 숨소리가 금방이라도 사그라들 것 같았다.


- 누나...

- 언니...


민우, 숙희, 백탁과 시장 사람들 모두 그녀를 생각하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고운은 곧 민형의 곁으로 갈 것만 같았다.

고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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