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의 편지

76. 초혼

by juyeong

나라를 빼앗기고 많은 사람들이 독립운동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독립은 신기루마냥 손에 잡히지 않았고,

그들에게 허락된 것은 고작 몇 개의 선택지뿐이었다.

독립운동하다 죽거나,

죽기 직전까지 고문당하거나,

숨이 붙어있을 때 도망치거나.


언젠가,

백탁은 길에서 잠시 뜻을 함께했지만 끝내 도망친 누군가를 우연히 마주쳤다.

백탁은 그에게 안부를 물었고, 그는


- 저는 잘 지내요.

아저씨. 저 늘 궁금한 게 있었어요.

독립 좋죠.

그런데 꼭 다 죽어야 하는 거예요?

독립 오기 전에 이렇게 다 죽으면, 해방된 땅엔 누가 사는데요?

저는 살고 싶어요.


백탁은 오늘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은 고운을 보며 속으로 묻는다.

너까지 꼭 죽어야겠냐고.

죽지 말아라.

제발 죽지 말아라.

살아라.


거기까지 생각하고 까무룩 잠든 백탁은

꿈에 고운을 만났다.

꿈속의 고운은 전에 없이 밝은 얼굴이었다.

너와 하고 싶은 말이 많았는데.

저도 모르게 질문이 툭 튀어나왔다.


- 독립 좋지. 그런데 꼭 다 죽어야 하는 거니?

- ...

- 너도 꼭 죽어야겠어? 왜 편지 하나에 목숨을 걸어.


아저씨. 있잖아요.

저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하나둘 죽어가는 동료를 보며 꼭 목숨을 바쳐야 할까?

그런데, 숙희랑 통화하는 동안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목숨보다 귀한 걸 구하려면,

목숨을 걸어야 하는구나.

그래.

저는 목숨을 버린 게 아니에요.

가장 귀한 것에 전부를 건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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