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자연의 공존은 불가하다.

모노노케 히메

by 연패맨


모노노케 히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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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극장에서 재개봉하게 된 [모노노케 히메]라는 영화를 보았다. 정말 오랜만에 영화관을 나오면서까지 감탄스러움과 뿌듯함을 느꼈다. 입체적인 캐릭터들의 개성과 미워할 수 없는 각각의 입장, 전체관람가임에도 깊이 있는 내용과 어디 하나 빈틈없는 장면 및 연출, 영화적 재미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까지. 후에 알게 되었지만 이 영화는 미야자키 하야오가 작품 구상만 16년을 했을 정도로 깊은 숙고와 가치관이 담겨있는 그의 사명과도 같은 작품이었다. 모든 예술 분야가 그렇겠지만, 특히 감독의 삶과 평생의 고뇌가 담겼을 때 빛나는 것이 영화예술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영화 [똥파리]나 [그랜토리노]를 봤을 때 느껴졌던 빛이, 이번에도 느껴졌다. 그만큼 이 영화에는 영화라는 작품, 경제적인 가치를 넘어서는 감동이 담겨있었다.

모노노케 히메. '원령공주'라는 뜻으로 인간에 맞서 자연을 지키기 위해 신(정령)과 함께 싸우는 산이라는 여자 주인공을 뜻하는 제목이다. 산의 부모는 들개의 이빨에 겁을 먹고 산을 버린 채로 도망갔는데, 그런 산을 키워낸 것이 들개 모로다. 산은 나고 자라는 과정에게 인간(부모)에게 버림받고 신(정령)에게 길러진, 그야말로 태생만 인간일 뿐 뼛속까지 신(정령)의 편인 모노노케 히메인 것이다. 재밌는 점은 모로가 산을 자신의 친딸로 여기며 사랑하지만 그녀가 인간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기에, 자신의 딸이 인간도 들개도 될 수 없는 애처로운 입장에 처해있다는 사실에 마음 아파한다는 점이다.

사실상 이 영화의 주인공이라 볼 수 있는 인물은 아시타카(남자 주인공)이며, 이 영화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은 사슴신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중반쯤에 등장하여 인간도 신(정령)도 아닌 애처로운 입장에서 서있는 이 작은 소녀가 이 영화의 메시지 그 자체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는, '자연'의 일부인 우리 인간들 역시 모노노케 히메와 같이 결국 자연파괴의 주범인 '인간'에 불구한 애처로운 존재이기 때문이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은 불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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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에 앞서 생각해봐야 할 점은 인간과 자연 중 누가 더 서로를 필요로 하는 입장에, 즉 을에 위치에 있는 가하는 점이다. 답은 간단하게 나온다. 자연은 인간이 없어도 살아갈 수 있지만, 인간은 자연 없이 살아갈 수 없는 존재다. 결국 을의 입장인 것은 인간이지만, 자연은 인간에게 그 어떤 갑질도 하지 않는다. 자연은 마치 이 영화에 등장하는 사슴신처럼 인간의 편도 신(정령)의 편도 들지 않으며 그저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이다.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고 인간은 필요 이상으로 나무를 자르고 숲을 파괴하고, 동물을 죽이고 그들의 땅을 빼앗는다. 이때 포근한 비가 내리고, 따사로운 햇살이 비친다. 하지만 때론 홍수가 터지고, 가뭄이 일어나고, 태풍이 덮치고, 해일이 닥친다. 그러나 이 모든 날씨와 재해에 자연은 그 어떠한 의도를 가지고 행한 적이 없다. '신이 노했다', '인과응보다' 하는 소리는 그저 인간이 끼워 맞춘 의미부여에 불과하다. 자연은 그저 흘러갔을 뿐이다.

반면에 [모노노케 히메]에는 자연과 달리 인간에 맞서 싸우는 신(정령)들이 등장한다. 정말 "신(정령)이 노하여" 인간에게 싸움을 거는 것이다. 하지만 재밌게도 그 신(정령)들은 자신들이 인간의 힘(총포)에 상대가 안된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자신의 땅을 지키기 위해 싸운다. 애초에 잽이 안 되는 싸움임을 안다는 것이다. 반면에 신(정령) 중의 신(정령), 자연 그 자체라 할 수 있는 사슴신은 인간을 이길 정도의 힘(생명의 탄생과 죽음을 다루는 힘)을 가지고 있음에도(마치 자연재해가 인간을 모조리 휩쓸 수 있는 것처럼) 어떤 분노나 복수심 따위 없이 그저 자연의 이치대로 인간의 행동대로 움직여질 뿐이었다.

공존(공생)이란, 서로가 서로를 도우며 사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인간은 자연을 해쳤을 뿐, 단 한 번도 도운 적이 없다. 결국에 인간은 자연을 모조리 파괴할 것이며, 따라서 인간과 자연의 공존은 불가하다. 인간은 그저 자신들의 욕망을 장기적으로 채우기 위해 자연이 소멸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최대한 아끼고 아껴 고혈을 빨아먹을 뿐이다. 인간이 자연을 보호하고 숲과 바다를 지키는 행위는 역설적이게도 결국 인간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함 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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