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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패맨 Dec 07. 2021

복싱을 하는 이유

싸움을 잘하고 싶다

내가 복싱을 시작하게 된 계기

 그야말로 약육강식의 세계라고 할 수 있는 중 남고. 그곳에서 나는 덩치 크고 힘 있고 물리적으로 강한 것이 남자들의 세계에서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깨달았다. 아니지, 작고 힘없다는 것은 남자들의 세계에서 곧 좋은 먹잇감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할까? 중학교를 다닐 때까지만 해도 나는 키가 작았다. 더군다나 선천적으로 마른 채질이라 또래에 비해서 상당히 왜소했다. 덕분에 힘 좀 쓰거나 무리 지어 다니며 권력 행세를 하는 악한 인간들에게 잦은 시비와 이유 없는 건드림을 당했었, 친구들 사이에서도 은근한 무시와 멸시를 당했었다. 나는 이때 처음으로 힘을 길러야겠다는 생각을 가졌다. 성격 자체가 강하거나 세지도 않았기에 힘을 기르는 것이, 싸움을 잘하는 것이 이 세계에서 나를 지키며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안 하던 팔굽혀펴기를 하고 싸움 지식에 대한 인터넷 정보를 뒤졌다. 결심은 오래가지 않았지만 이때부터 나는 운동이라는 것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버릇을 들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고등학생, 대학생을 지나 군대를 전역한 해에,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뭐든 운동을 배우는 것이 좋겠다 생각했다. 태권도만 6년. 즉, 발차기만 6년 배웠기에 보다 실전성이 높은 주먹기술을 배워보고 싶었다. 답은 복싱이었다.

웹툰 [SM플레이어]의 한 장면


복싱장에 다니는 사람들

 복싱장에 오는 회원님들 몇 명에게 다니게 된 계기를 물어 적이 있다. 나이대가 다양한 만큼 다양한 이유가 있었다.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의 경우 대부분 친구 따라 강남 간 케이스들이다. 고등학생부터 대학생은 대부분 자발적으로 복싱을 배우고 싶은 케이스이며, 30대 이상으로는 대부분 취미나 건강을 위해서 오시는 분들이다.  다양한 이유도 있고 사람마다 사정은 틀리겠지만, 실상 모든 남자들이 복싱을 하는 가장 큰 목적은 강함에 대해 동경 때문이 아닐까 싶다(단, 여성회원들은 한 명 한 명 물어보지 않았기에 장담할 순 없지만, 이들 중에 진지하게 복싱을 연마하고 연습하며 기술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여성은 5% 정도인 것 같다. 다이어트를 목적으로 하는 사람이 많을뿐더러, 여자는 남자와 달리 강함에 대한 동경심 같은 게 크게 없는 것 같다). 나의 경우만 해도, 위에서 계기를 장황하게 써놨지만 사실상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그냥 "싸움 잘하고 싶어서"이다. 이 싸움에는 남들과의 싸움도 해당되지만, 자신과의 싸움도 해당된다. 

웹툰 [더 복서]의 한 장면


나 자신과의 싸움


 복싱은 혼자만의 싸움 혹은 고독한 스포츠란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복싱은 분명 남과 겨루고 싸워 이기기 위해 하는 스포츠지만, 동시에 수 없이 많은 자기와의 싸움을 이겨내야 하는 스포츠다. 코치와 함께 하는 미트 트레이닝이나 파트너와 함께하는 체력훈련 등이 있다고 하더라도, 로드웍(달리기), 줄넘기, 쉐도우 복싱, 샌드백 등 복싱은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서 훈련해내야 한다. 그리고 이 고독한 훈련 속에서 나 자신과 타협하거나 스스로 지지 않도록 버텨내는 것이 바로 자신과의 싸움이 된다.

 '아.. 씨 너무 힘든데 고만하자..' '이쯤 하면 됐다.. 하.'

하는 순간 나와의 싸움에서 지게 된다. 내가 정해놓은 시간 안에 힘들더라도 끊임없이 움직이려고 노력하고, 주먹 하나라도 더 내려고 노력할 때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링밖에 한 노력의 딱 절반만큼이 링 위에서 이루어진다는 말이 있다. 나는 이 말을 몸으로 체감했다. 내가 나름 열심히 했다고 생각하고 링에 올라가 스파링 했을 때, 결과는 실망적이었다. 스파링은 내가 생각한 것처럼 흘러가지 않았고 딱 연습한 노력의 반 정도가 실전에서 나왔던 것이다. 결국 복싱은 '나와의 싸움☞상대방과의 싸움☞나와의 싸움'의 반복이라고 생각한다. 혼자 훈련한 뒤, 스파링을 통해 나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그걸 바탕으로 다시 훈련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따라서 복싱은 끊임없이 생각하고 움직이고 훈련하는 고독한 싸움인 것이다.

8체급 석권의 전설. 파퀴아오의 명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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