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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패맨 Dec 29. 2021

복싱 코치로 일하면서 느낀 힘든 점

내향적인 나에게 힘든 점

 큰 소리 내어 말하기

복싱장은 상당히 시끄럽다. 미트치는 소리, 샌드백치는 소리, 말하는 소리, 런닝머신 소리, 스탭 밟는소리, 음악소리 등등 끊임없이 소음이 이어진다. 시끄럽고 번잡한 곳보다 조용한 곳을 좋아하고, 시끄러운 빠른 음악보다 잔잔한 발라드를 좋아하는 나에게는 꽤나 신경이 곤두선다. 특히나 가장 큰 소리는 회원과 코치가 미트를 주고받을때 난다. 강하게 뻗는 주먹 속도에 맞게 미트를 대주다보니 펑펑 하고 짧고 큰 소리가 나는 것이다. 수업 시간이 되면 미트받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울리니 사격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소란스럽다. 그러다보니 회원들과 대화를 주고 받아야  상황이 되면 큰 소리를 내어 말 할 수 밖에 없는데, 그때마다 목청이 작은 나는 어려움을 겪다. 미트를 주고받을때는 코치가 회원들에게 잽이면 "잽", 카운터면 "카운터", 훅이면 "훅" 이라고 말을 하면서 미트를 내밀면 회원들이 그에 맞게끔 주먹을 내민다. 그런데 내 목소리가 자꾸 주변 소음에 묻히다보니 회원들과의 의사소통에 문제가 생 것이다. 지금은 작은 목청임에도 나름의 요령을 터득해 회원과 의사소통을 하는데 제법 익숙해졌지만, 처음 일을 시작할 때만해도 주변 소리에 묻히는 내 목소리때문에 스트레스를 정말 많이 받았다. 미트를 받을 때는 물론, 어떤 동작 하나를 가르쳐줄때도 내 목소리가 회원님들에게 제대로 들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도 가끔 큰 소리를 내다가 목이 갈라져 삑사리가 나기도 하고, 목이 잠겨 높은 소리가 안 나오기도 한다.


미트 받기


 전에도 을 쓴 적이 있지만 님들은 트를 칠 때 각자 저마다의 스타일과 속도, 폼, 높이 등이 다르기 때문에, 한 명 한 명의 스타일에 맞춰서 미트를 받아내는 일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물론 이 또한 익숙해지기 마련이다. 코치로 일한지 1년이 넘은 시점에서는, 이미 회원님들 개개인의 스타일과 속도등이 파악되고 거기에 맞춰 나도 움직일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그렇게 움직일 수 있게 되고 익숙해졌다는게 결코 쉬워졌다는 말은 아니다. 나는 1년이 넘게 일했음에도 미트를 30분 정도 빡시게 받고 나면 온 몸에 땀이 흐르고 전완근이 딴딴하게 굳어있다. 그만큼 고된 일이고 신경을 써서 해야되는 일인 것이다. 상대방의 움직임에 신경쓰며 움직이고, 뻗어오는 펀치를 받아내기 위해 전완근에 힘이 들어가고, 큰 소리를 내야하기 때문에 목이 아프다(위에서 언급했듯이 사람이 많아서 주변이 굉장히 시끄러워지면 어떻게 해서든 큰 소리를 내서 말을 해야한다). 나는 미트를 받을 때, 회원님들에게 가치있는 시간을 선사하고 싶다는, 정말 도움이 되는 운동을 시켜주고 싶다는 생각에 내 온 힘을 다해 빡세게 미트를 받는 편이다. 어쩌면 그래서 항상 힘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 그렇게 열심히 한 만큼 보람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미트를 받고 난 후 나의 모습


수 많은 사람들


 복싱장에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사람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과 소통하고 대화하고 마주치는 일이 항상 있을 수 밖에 없다. 26년을 나라는 사람과 살아오면서 알게 된 것 중 하나가, 나는 많은 무리의 사람들속에 있을 때 불편해하고 또 쉽게 지치는 류의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즉, 사람만나기를 좋아하고 다수의 사람들과 쉽게 소통하고 즐기기보다는, 혼자만의 가치있는 시간을 좋아하고 소수의 사람과 소통할 때 편안함을 느끼는 것이다. 그렇다. 나는 내향인이다. 하지만 체육관 특성상, 그리고 코치라는 직업 특성상 많은 사람을 만나고 대하고 소통해야 하기에 큰 목소리와 외향적인 태도가 분명히 유리하게 작용하는 점이있다. 그런 면에서 볼때 나의 성향은 유리하지 못한 면이있다. 그러다보니 일을 시작했던 순간부터 지금까지 이 점은 항상 제일 신경쓰이는 부분중에 하나다. 많은 사람을 대하다보니 불편함이 따르고 그만큼 기가 빨리 빨리는 것이다. 물론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이 역시 어느 정도 적응은 된다. 조금씩 다수의 사람들속에 있는게 익숙해지고(물론 편해진 것은 아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대화하는데 있어 큰 어려움을 느끼지 않게 된다(그렇다고 말을 쉽게 걸거나 편하게 대화한다는 것은 아니다). 더군다나 다양한 나잇대 사람들과 대화, 다수의 이성과의 대화등 평소에는 경험할 수 없었을 일들을 코치라는 자리를 통해 경험해 볼 수 있어 좋은 점도 있다.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의 내향인에 대한 글에 올라온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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