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ESPN(Entertainment and Sports Programming Nerwork) 선정,복싱은 세상에서 가장 힘들고 어려운 스포츠 1순위에 올랐다. 위 순위는 전문가들이 각 종목의 어려움의 정도를 수치화해서 매긴 것이며, 단순 체력적 어려움이 아닌 손과 눈의 협응, 담대함, 유연성 등 종합적인 어려움을 기준에 두고 판단한 것이다.하지만 이 표를 본 많은 사람들이 축구보다 야구가 왜 위인지, 격투기보다 복싱이 왜 위인지 등등 표가 잘못됐다며어불성설을 주장했다. 물론 어느 정도 납득이 간다. 인간이 육체를 사용해 펼치는 스포츠는 심리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상당히 정교하고 미세한 부분이기에 아무리 전문가가 종합적 기준을 두고 판단했다 하더라도 스포츠끼리 그 어려움의 정도를 모두가 납득할 수 있을 정도로 객관적으로 메길 수는 없다고 생각된다.하지만한편으로는 또 납득이 되는 게, 전문가가 무려 11개의 기준을 두고 소수점 둘째 자리까지 수치화를 시켜놨으니 마냥 틀렸다고 볼 수도 없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가졌던 격투기와 복싱을 생각해보자. 단순히 겉으로만 보면 격투기가 손, 발, 무릎, 관절기를 쓰는 등 훨씬 힘들고 어려울 것 같은데 또 그렇지 않은 이유가 격투기는 5분 5라운드인데 비해 복싱은 3분 12라운드까지 뛰어야 하며, 계속 서 있어야 하는 복싱과 달리 격투기는 그라운드 상황에서 조금이나마 체력을 보충하는 방법도 있다. 또 복싱은 공격 수단이 단순히 주먹 하나로 귀결되기 때문에 기술적인 집중에 있어서 그 수준이 상당히 높으며 수 싸움의 난이도 또한 굉장히 높다고 판단할 수 있다. 물론 어디까지나 내 개인적인 견해이고, 격투기의 5분 5라운드도 정말 넘사벽이라고 생각한다. 여하튼 뭐가 더 높고 낮고를 떠나 위 표는 어디까지나 강함의 기준이 아닌 스포츠의 기준이며, 일반인의 기준이 아닌 선수의 기준이기에복싱이 모든 스포츠 중에서 어려움을 기준으로 뒀을 때 상위에 속하는 것은 확실하다고 생각된다.
왜 이렇게 어려울까?
전설의 타이슨 귀 깨물기 반칙 / 출처 : 상냥한 자동차 설명서
안 어려운 스포츠가 어디 있겠냐만, 복싱은 정말 어려운 스포츠다. 일단 단체가 아닌 혼자 한다는 측면에서 복잡하다거나 팀워크를 맞추다던가 하는 어려움은 없지만, 앞서 말했듯이 공격수단이 주먹 하나이기 때문에 이 한 가지를 잘하기위해서 기술적인 수준이 상당히 높다.'어떻게 하면 상대의 주먹에 맞지 않으면서, 내 주먹은 상대에게 닿게 만들 것인가?' 링위에 올라간 순간부터 실시간 단위로 끊임없이 이것을 생각해야 한다. 한마디로 안 맞고 잘 때려야 하는데 당연하게도 이게 너무 어렵다. 상대를 때리려면 손만 뻗으면 닿는 거리까지 들어가야 하기에안 맞는 게 불가능하고, 상대는 나를 정면에서 바라보며 끊임없이 움직이기 때문에 유효타를 먹이는 것은정말로 어렵다.그래서 페인팅(속이는 동작)을 주거나 스탭으로 치고 빠지거나 가드를 붙이고 밀고 들어가는 등 개인의 스타일마다 다양한 움직임을 동원해서 이것을 해내야 한다.
그렇다 보니 치는 순간 맞는 걸 생각하고, 맞는 순간 치는 걸 생각해야 한다. 마치 스타크래프트에서 본진에서 병력 뽑으면서 멀티 먹고 동시에 유닛 컨트롤하면서 또 적 본진에 드랍하듯이, 여기저기로 스탭 뛰면서 상체를 요리조리 움직이고 동시에 때리면서 막는 동작 생각하고 얻어맞으면서 상대의 패턴은 어떤지 판단해야 하는 등 한마디로 육체와 정신을 멀티 플레이해야 한다.
어디 그뿐인가 복싱의 룰은 정말 복잡하다. 나무위키를 보면 복싱의 규칙은 세상 그 어떤 격투기들 보다도 복잡한 규정을 가지고 있으며, 과장을 좀 섞어서 뭐만 했다 하면 무조건 반칙으로 간주한다고 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라고 한다.
왜 이렇게 힘들까?
이노우에 나오야 샌드백 훈련 / 출처 : DAUM 이종격투기 카페
일단 프로복싱 3분 12라운드라는 규정만 보더라도 복싱이 체력적으로 얼마나 힘든 스포츠인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아니 그냥 3분 1라운드 딱 1번만 제대로 스파링 해보면 이게 얼마나 힘든 운동인지 몸으로 느낄 수 있다.끊임없이 움직이는 상대를 신경 쓰며 따라가고 피하고 거리를 두는 것만 해도 치지는 데, 상대를 맞추기 위해 주먹을 내다보니 더욱 치지게 된다. 더해서 몇 번 맞으면서 데미지가 쌓이다 보면 침착함을 잃게 되고 생각하는 복싱이 어려워지기 시작한다. 혹여나 복부라도 한 대 제대로 맞으면 숨이 턱 하고 막히면서 스탭이 죽는다.노련한 상대에게 이를 간파당한다면 그때부턴 속사포의 연타가 사방에서 날아온다. 솔직히 말해 본인은 아직 힘 조절, 체력 안배, 속임수와 같은 스파링에서의 기술이 많이 부족하므로 그 힘듦이 더 크게 다가오는 것 같다.
그럼 이번엔 스파링이 아니라 쉐도우 복싱이나 샌드백을 생각해보자. 쉐도우 복싱도 실전처럼 3분만 아니 2분만 힘들게(대충 하면 당연히 안 힘들다)해보면 계속해서 주먹을 내고 스탭을 뛰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가를 느낄 수 있다. 쉐도우의 포인트는 역시 진짜 스파링을 하듯이 계속해서 움직여 주는 것이다. 무엇보다 제일 힘든 건 역시 샌드백 치기 인 것 같다. 샌드백은 움직이는 사람을 치는 게 아니라 말 그래도 모래나 헝겊 같은 무거운 물체가 들어있는 가만히 매달려있는 백이기 때문에 주먹으로 때리면 무게감이 있어 타격감이 확실히 살아있고 치는 재미가 쏠쏠하다. 하지만 팡팡 소리 나게 재밌자고 치는 게 아니라 치고 빠지고 움직이는 등 자세나 타격의 연습을 해야 하기에 실전처럼 하는 것이 중요하다. 허공에 뻗는 쉐도우 복싱과 달리, 샌드백은 때리면 그 무게감을 온전히 내 몸으로 다시 돌려받기 때문에 더 빨리 지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