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연패맨 Feb 03. 2022

복싱이란...

복싱과 인생

복싱이란..
아버지에게 도전했다가 뚜까 맞는 주인공

 가네시로 가즈키의 소설을 원작으로 둔 영화 <Go>. 이 영화에서 전 프로복서였던 아버지는 주인공 스기하라에게 이런 말을 한다.

"왼손을 곧게 뻗고 그 상태로 한 바퀴를 돌아라. 그 원의 크기가 너라는 인간의 크기다. 복싱은 그 원을 네가 뚫어서 밖의 것을 쟁취해 오는 것이다."

참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는 대사다. 복싱에서 오른손잡이를 기준으로 스탠스를 잡았을 때 왼손은 앞손이 되고, 스탭을 밟지 않는 한 그 상태로 왼손을 쭉 뻗었을 때의 거리가 복싱에서 말하는 '나의 거리'가 된다. 따라서 그 상태로 한 바퀴를 돌아서 생기는 원은 링 위에서 곧 나의 거리이자 나의 원, 나라는 인간의 크기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원 나의 거리라고 해서 안전 것은 아니다. 복싱이란 끊임없이 상대의 거리로 들어가고, 또 상대가 나의 거리로 들어오는 것. 나의 거리를 철저히 지키면서 상대의 거리로 빠르게 치고 들어가는 것. 즉, 나의 원을 뚫고 나가 상대의 원에서 쟁취해 오는 것. 이것을 잘한다면 그 사람은 복싱을 잘하는 것이다. 하지만 삶도 복싱도 결코 순탄하지 않다. 안 맞고 잘 때리는 것이 복싱의 목적이지만, 링 위에서 한 대도 안 맞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 유명한 수비의 달인 메이웨더도 몇 대씩은 맞는다(사실 쟁쟁한 선수들에게서 유효타를 몇 대 밖에 안 맞는다는 의미에서 메이웨더는 복싱의 목적에 가장 가까운 완벽한 선수가 아닐까 싶다). 인생도 그렇다. 사연없는 인간없고, 아픔없는 인간 없다. 때리기보다 맞는 날이 많고, 즐겁기보다 고통스러운 날이 많다.



승리하기 위해서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복싱에서 승리할  있을까? 그것은 간단하다. 위에서 말한 복싱의 목적에 가장 가까운 복싱을 구사하면 된다. 상대가 공격이 들어오면 안 맞는 거리로 빠지고, 공격을 할 때는 상대의 빈틈을 노리면 된다. 이것을 잘하기 위해서는 스탭을 잘 써야 한다. 안 맞는 거리로 치고 빠지고 카운터를 넣고 방어하는 기술적인 복싱을 구사하는 것. 사람마다 체형과 스타일에 따라 복싱이 다르지만 이것은 크게 보면 아웃복싱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것을 참 잘하는 선수가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와 이노우에 나오야라고 생각한다. 이웨더의 숄더 롤은 낙 유명하니, 이노우에 나오야의 스타일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사실 나오야는 아웃복서라기보다는 인 앤 아웃에 능한 복서 펀쳐 스타일의 선수다. 그의 경기를 한 번이라도 시청한 사람은 알 것이다. 나오야는 칠 때 화끈하게 치고 빠질 때는 현란하게 치고 빠진다. 기에 몸무게에 비해 상당히 강력한 주먹을 가진 하드펀쳐의 선수이니, 경량급 선수임에도 불구하 KO률이 높고 세간이 그를 '몬스터'라고 부르는 것이다. 즉, 나오야는 복싱에서 승리하는 법을 잘 알고 그것을 이뤄내는 실력이 출중한 선수이다.

 그렇다면 인생에서는 어떻게 승리할 것인가? 언뜻 보면 도 복싱과 비슷하다. 인생이라는 위에 태어난 이상 우리는 현실이라는 상대와 끊임없이 싸무언가를 쟁취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슷할 뿐 엄연히 다르다. 인생하나의 라운드가 죽을 때까지 계속되며 중간에 쉬는 시간도, 조언해주는 세컨도 없다(따라서 누군가 당신을 위해서 흰 수건을 던져주지도 않는다). 여기엔 승리도 패배도 없다. 그저 현실이라는 상대에게 KO를 당하는 정해진 결과에 닿는 순간까지 경기에 임 할 수밖에 없다. 무섭다고 피할 수도 숨을 수도 없다. 피하고 숨으면 오히려 당신은 더 얻어터지게 될 것이다. 가드를 올리던, 같이 때리던, 힘들지만 치고 빠지던 자신의 스타일대로 현실과 맞서 싸워야 한다. 따라서 솔직히 그 과정을 즐겨라니 긍정적으로 견뎌 내라니 같은 입에 발린 말은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전 06화 복싱은 힘들고 어렵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