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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패맨 Feb 10. 2022

생각하는 복싱

섀도복싱과 여유로움

끊임없이 움직여라


 섀도복싱을 열심히 하던 중 관장님의 일침이 날아왔다. "거기에 꿀 발라놨나? 계속 좌우로 움직여!" 혼자 섀도복싱을 하다 보면 힘들어서 나도 모르게 제자리에 멈춰 서서 주먹을 날리고 있다. 실 몸이 힘든 이유도 있지만 가상의 상대를 생각하며 움직인다는데 가장 큰 이유가 있다. 섀도복싱을 여러 번 해봤지만 가상의 상대를 생각하며 움직인다는 것은 여전히 나에 너무 어렵기만 하다. 스파링을 해봤던 사람들을 떠올리며 이리저리 주먹을 내지르고 위빙 더킹을 해보지만, 이내 가상의 상대를 잊고 내가 내고 싶은 주먹을 내고 내가 습관적으로 움직이는 행동을 취한다. 눈앞에 보이지 않는 것을 그려내고 또 그것을 신경 쓰며 움직이는 것은 정말이지 어렵다. 스파링을 해보면 상대는 끊임없이 움직인다. 스파링을 많이 해보지 않은 분들의 움직임은 어느 정도 느껴지지만, 스파링에 익숙해진 분들의 움직임은 어떤 주먹이 나올지 어떤 기술이 들어올지 솔직히 감도 잘 안 잡힌다. 그러다 보니 그저 본능적인 움직임과 당장 눈에 들어오는 행동만을 보고 움직이게 된다. 나는 아직 스파링을 하면서 상대의 움직임을 파악할 정도의 레벨이 안 되는 것이다. 내가 만약 상대의 움직임이나 공격 패턴 등을 어느 정도 읽을 수 있다면 분명 섀도복싱을 하는 데 있어 훨씬 수월한 부분이 있을 것이다. 상대가 어떻게 들어올지 여기서 이렇게 돌려서 이렇게 치고 이렇게 빠져나갈지 같은 생각하는 복싱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숨막히는 고양이의 쉐도우 복싱 / 출처 : 봉로그


생각하는 복싱


 글을 쓰며 생각해보니 나는 여태껏 스파링을 해오면서 상대의 움직임을 읽고 움직여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진짜 말 그대로 눈에 보이고 본능적으로 느껴지는 감각만으로 스파링을 해왔다. 상대와의 실력의 차이에서 느껴지는 벽이나 체력적인 부분도 물론 있겠지만, 여유라는 것 자체가 없었던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 어떤 스포츠를 하던 여유로움은 필수적인 부분이다. 여유롭다는 건 상황을 인지 및 파악하고 그에 맞게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인데, 이것은 긴박하게 움직이는 스포츠일수록 더욱 요구되는 능력이다. 축구를 예로 들면, 축구는 혼자 하는 게 아니라 팀 스포츠이기 때문에 나만 잘해서 되는데 아니다. 내가 공을 잡았을 때 성급하게 드리블을 친다거나 패스를 해버리면 팀 자체의 흐름이나 판단이 어려워질 수 있다. 물론 공을 받자마자 빠르게 대처해서 움직여야 하는 순간이 훨씬 많지만, 이 정도 대처가 가능하다는 것은 어느 정도 상황을 판단하는 능력이 몸에 체화돼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것을 흔히 말하는 스포츠 센스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분명히 이것을 타고 나는 사람이 있지만(안타깝지만 스포츠는 타고남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타고나지 않은 사람이 이것을 체득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반복과 경험이 필요하다. 복싱처럼 좁은 공간에서 1대 1로 치고 박는 스포츠는 더더욱 이러한 능력을 요구하게 된다. 상대와 마주하는 동안에는 티끌만 한 쉼 없이 끊임없이 상대를 바라보고 판단하고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그것이 가능한 체력, 주먹을 맞아도 쫄지 않는 담력, 그리고 이 과정에서 상대를 파악하생각하는 여유로움이 필요한 것이다.

 인생도 비슷한 것 같다.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고, 아무리 지치고 쫄리고 급박해도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내 상황과 앞날에 대해 생각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스포츠 센스처럼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인간이 동등하게 키워나가야 할 인생센스인 것이다.

폴 부르제의 명언 / 출처 : Park Hae Ri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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