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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패맨 Feb 18. 2022

타고난 재능

재능과 노력

타고난 재능


 스파링을 끝난 나에게 관장님이 다가와 말씀하셨다. "니는 빠르고 실력도 진짜 많이 늘었다. 근데 센스가 없어. 일로 주고 가고, 또 일로 가는 척하면서 일로 가고, 이런 센스가 있어야 돼. 누구누구처럼 그런 복싱센스가 있어야 돼." 이 말을 들으며 나는 연습량과 스파링 경험이 아직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런데 잠깐 센스라니. 른 누군가와 비교를 하며 센스에 대해 얘기를 해주신다는 것은 분명 나와 다른 차이를 말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보다 뛰어난 기량을 가진 사람을 만나 된다. 나는 고등학교를 다닐 때 축구를 꽤나 즐기는 학생이었는데 그렇다고 눈에 띄게 잘하는 정도는 아니었다. 운동신경이 없거나 축구에 관심이 없는 또래들에 비해서는 꽤나 먹어주는 실력이었지만, 공 좀 찬다는 애들에 비하면 그 축에 끼기가 힘든 실력이었다. 물론 내가 그들보다 더 많은 시간을 축구에 할애한 것도 아니고 더 많은 시간을 연습한 것도 아니지만, 같이 공을 차 보면 확실히 실력자들은 움직임 자체가 다르다는 것을 쉽게 느낄 수 있었다. 뻣뻣한 나와는 다른 부드러운 볼 컨트롤과 여유로운 움직임, 저히 막아낼 수가 없는 드리블에 시달리면 짜증과 감탄이 섞인 한숨이 나온다. 그렇다면 이들은 그만큼 오랜 기간 연습을 한 것일까? 내가 만나온 실력자들은 대부분 비슷한 말을 했다. "축구는 타고나는 거지", "축구센스는 타고나야 돼". 인정하기 싫은 부분이었지만 이들의 말이 틀렸다고 느낀 적은 없었다. 분명 스포츠는 타고난 재능이 필요하다. 나는 축구 연습을 따로 시간을 내서 혼자 했을 정도로 열정이 있었고 경기마다 항상 최선을 다해 뛰었다. 분명 성과도 있었고 발전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시간을 할애해도 나보다 뛰어난 실력자들의 축에 끼기에는 여전히 한참 모자라다는 것을 체감했다.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이렇게 재능의 벽이 느껴지는데 우리가 티비에서 보는 스포츠 스타들의 재능은 얼마나 뛰어난 경지 일지 상상도 안된다. 쉬운 예로, 토트넘에서 뛰고 있는 손흥민 선수는 축구를 업으로 삼으려는 이들 중에서 몇 퍼센트의 숫자 안에 드는 실력자일까? 일단 국가대표에 들어간다는 것만 봤을 때 확률은 대략 0.007% 정도라고 한다. 그렇다면 해외 유명한 리그에 뛰게 될 확률은 과연 어느 정도 수준 일지 상상이 가는가? 스포츠 선수들은 일반인들 상상도 못 할 수준의 운동량을 소화 낸다. 그리고 이게 모든 선수들의 기본값이다. 자신의 생계가 달린 일인데도 불구하고 열심히 하지 않을 선수는 없다. 그럼에도 이 중에서 상위 클래스에 올라가는 소수가 있다는 것은, 그들이 같은 24시간을 공유하는 인간이 아니고서야 다수와는 다른 특출 난 재능이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고 본다.

웹툰 [더 복서]에서 압도적인 재능의 크기를 보여주는 장면


그렇다면 재능이 다 일까?


 그렇지 않다. 명 재능은 큰 부분을 차지하지만 그것을  살려내고 유지하고 키워내는 데에는 노력이 분명히 필요하다. 호날두와 메시를 예로 들어보자. 솔직히 객관적으로 평가했을 때 메시는 호날두보다 재능이 뛰어난 선수다. 딱 봐도 메시의 움직임은 다른 축구선수들과 수준이 다르다. 빠르고 간결하고 공이 발에 붙어있다. 뿐만 아니라 패스 시야 등등 축구에 관한 능력치가 거의 완벽에 가깝다. 호날두도 마찬가지다. 재능만 봤을 때 메시에 비하면 뛰어나지는 못하지만 그의 재능 또한 엄청나다. 엄청난 점프력 스피드 발재간 등등 신체는 물론 축구에 관한 능력치가 넘사벽이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모든 운동선수는 엄청난 수준의 운동을 기본값으로 한다. 하지만 호날두는 거기에 더한 노력을 한다. 이미 최고의 선수임에도 불구하고 가장 먼저 연습장에 나타나서 가장 마지막에 연습장을 나올 정도다. 뿐만 아니라 몸싸움에서 밀리는 타고난 마른 몸을 극복하기 위해 피나는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탄탄한 몸을 만들어냈다. 호날두야 말로 재능에 노력이 더해진 최고의 선수라고  수 있다. 메시가 노력을 안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호날두가 메시보다 훨씬 많은 노력을 한다는 것은 이미 세간에 알려진 사실이고 그렇기에 메시보다 재능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호날두는 메시와 함께 축구 역사상 최고의 선수이자 최고의 라이벌이 될 수 있었다. 분명한 것은 노력이 없었다면 두 선수는 지금의 자리에 설 수 없었다는 것이다.

노력을 통해 극복한 호날두의 몸 / 출처 : 인사이트


노력도 재능인가?


 개인적으로 노력이 재능의 한 종류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분명 끈기 있거나 묵묵한 성향의 사람이 있긴 하겠지만, 어떤 피나는 노력을 하는 데 있어서는 개인의 그 목표를 향한 정신과 적의식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는 말에 전 농구선수 서장훈이 했던 말이 생각난다. 그는 선수가 된 후, 단 한순간도 농구를 하며 즐거웠던 순간이 없었다고 했다. 매 순간 더 잘하기 위 처절했고 힘겨웠고 괴로웠다고 다. 즉, 즐기는 사람은 거짓말이라고 했다. 잘하기 위해서 또 뛰어나기 위해서는 괴로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혼자 축구 연습을 할 때 딱히 즐거웠던 적은 없다. 지금도 복싱을 잘하기 위해서 복싱장으로 향하는 길이 전혀 즐겁지 않다. 가기 싫고 괴롭다. 하기 싫다. 하지만 잘하기 위해 더 뛰어나기 위해 연습하고 또 단련한다. 즐거운 순간은 딱 2가지다, 운동을 마치고 샤워하고 나왔을 때와 내 노력이 결실을 보일 때. 

 다시 말하지만 노력재능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역시 압도적인 능력을 보이기 위해서는 재능이 필수조건이라는 것 불변의 진리라는 결론을 내려야 할 것 같다.

웹툰 [더 복서]에서 노력의 대표적인 캐릭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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