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연패맨 Jan 21. 2022

복싱은 힘들고 어렵다

ESPN 선정, 가장 어렵고 힘든 스포츠

가장 어렵고 힘든 스포츠

 2010년. ESPN(Entertainment and Sports Programming Nerwork) 선정, 복싱은 세상에서 가장 힘들고 어려운 스포츠 1순위에 올랐다. 위 순위는 전문가들이 각 종목의 어려움의 정도를 수치화해서 매긴 것이며, 단순 체력적 어려움이 아닌 손과 눈의 협응, 담대함, 유연성 등 종합적인 어려움을 기준에 두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이 표를 본 많은 사람들이 축구보다 야구가 왜 위인지, 격투기보다 복싱이 왜 위인지 등등 표가 잘못됐다며 불성설을 주장했다. 물론 어느 정도 납득이 간다. 인간이 육체를 사용해 펼치는 스포츠는 심리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상당히 정교하고 미세한 부분이기에 아무리 전문가가 종합적 기준을 두고 판단했다 하더라도 스포츠끼리 그 어려움의 정도를 모두가 납득할 수 있을 정도로 객관적으로 메길 수 없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납득이 되는 게, 전문가가 무려 11개의 기준을 두고 소수점 둘째 자리까지 수치화를 시켜놨으니 마냥 틀렸다고 볼 수도 없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가졌던 격투기와 복싱을 생각해보자. 단순히 겉으로만 보면 격투기가 손, 발, 무릎, 관절기를 쓰는 등 훨씬 힘들고 어려울 것 같은데 또 그렇지 않은 이유가 격투기는 5분 5라운드인데 비해 복싱은 3분 12라운드까지 뛰어야 하며, 계속 서 있어야 하는 복싱과 달리 격투기는 그라운드 상황에서 조금이나마 체력을 보충하는 방법도 있다. 또 싱은 격 수단이 단순히 주먹 하나로 귀결되기 때문에 기술적인 집중에 있어서 그 수준이 상당히 높으며 수 싸움의 난이도 또한 굉장히 높다고 판단할 수 있다. 물론 어디까지나 내 개인적인 견해이고, 격투기의 5분 5라운드도 정말 넘사벽이라고 생각한다. 여하튼 뭐가 더 높고 낮고를 떠나 위 표는 어디까지나 강함의 기준이 아닌 스포츠의 기준이며, 일반인의 기준이 아닌 선수의 기준이기에 복싱이 모든 스포츠 중에서 어려움을 기준으로 뒀을 때 상위에 속하는 것은 확실하다고 생각된다.

 

왜 이렇게 어려울까?
전설의 타이슨 귀 깨물기 반칙 / 출처 : 상냥한 자동차 설명서

 안 어려운 스포츠가 어디 있겠냐만, 싱은 정말 어려운 스포츠다. 일단 단체가 아닌 혼자 한다는 측면에서 복잡하다거나 팀워크를 맞추다던가 하는 어려움은 없지만, 앞서 말했듯이 공격수단이 주먹 하나이기 때문에 이 한 가지를 잘하기 위해서 기술적인 수준이 상당히 높다. '어떻게 하면 상대의 주먹에 맞지 않으면서, 내 주먹은 상대에게 닿게 만들 것인가?' 링위에 올라간 순간부터 실시간 단위로 끊임없이 이것을 생각해야 한다. 한마디로 안 맞고 잘 때려야 하는데 당연하게도 이게 너무 어렵다. 상대를 때리려면 손만 뻗으면 닿는 거리지 들어가야 하기에 안 맞는 게 불가능하고, 상대는 나를 정면에서 바보며 끊임없이 움직이기 때문에 유효타를 먹이는 것은 정말로 어렵다. 그래서 페인팅(속이는 동작)을 주거나 스탭으로 치고 빠지거나 가드붙이고 밀고 들어가는 등 개인의 스타일마다 다양한 움직임을 동원해서 이것을 해내야 한다.

그렇다 보니 치는 순간 맞는 걸 생각하고, 맞는 순간 치는 걸 생각해야 한다. 마치 스타크래프트에서 본진에서 병력 뽑으면서 멀티 먹고 동시에 유닛 컨트롤하면서 또 적 본진에 드랍하듯이, 여기저기로 스탭 뛰면서 상체를 요리조리 움직이고 동시에 때리면서 막는 동작 생각하고 얻어맞으면서 상대의 패턴은 어떤지 판단해야 하는 등 한마디로 육체와 정신을 멀티 플레이해야 한다. 

 어디 그뿐인가 복싱의 룰은 정말 잡하다. 나무위키를 보면 복싱의 규칙은 세상 그 어떤 격투기들 보다도 복잡한 규정을 가지고 있으며, 과장을 좀 섞어서 뭐만 했다 하면 무조건 반칙으로 간주한다고 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라고 한다.


왜 이렇게 힘들까?
이노우에 나오야 샌드백 훈련 / 출처 : DAUM 이종격투기 카페

 일단 프로복싱 3분 12라운드라는 규정만 보더라도 복싱이 체력적으로 얼마나 힘든 스포츠인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아니 그냥 3분 1라운드 딱 1번만 제대로 스파링 해보면 이게 얼마나 힘든 운동인지 몸으로 느낄 수 있다. 끊임없이 움직이는 상대를 신경 쓰며 따라가고 피하고 거리를 두는 것만 해도 치지는 데, 상대를 맞추기 위해 주먹을 내다보 더욱 치지게 된다. 더해서 몇 번 맞으면서 데미지가 쌓이다 보면 침착함을 잃게 되고 생각하는 복싱 어려워지기 시작한다. 혹여나 복부라도 한 대 제대로 맞으면 숨이 턱 하고 막히면서 스탭이 죽다. 노련한 상대에게 이를 간파당한다면 그때부턴 속사포의 연타가 사방에서 날아온다. 솔직히 말해 본인 아직 힘 조절, 체력 안배, 속임수와 같은 스파링에서의 기술이 많이 부족하므로 그 힘듦이 더 크게 다가오는 것 같다.

 그럼 이번엔 스파링이 아니라 쉐도우 복싱이나 샌드백을 생각해보자. 쉐도우 복싱도 실전처럼 3분만 아니 2분만 힘들게(대충 하면 당연히 안 힘들다)해보면 계속해서 주먹을 내고 스탭을 뛰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가를 느낄 수 있다. 쉐도우의 포인트는 역시 진짜 스파링을 하듯이 계속해서 움직여 주는 것이다. 무엇보다 제일 힘든 건 역시 샌드백 치기 인 것 같다. 샌드백은 움직이는 사람을 치는 게 아니라 말 그래도 모래나 헝겊 같은 무거운 물체가 들어있는 가만히 매달려있는 백이기 때문에 주먹으로 때리면 무게감이 있어 타격감이 확실히 살아있고 치는 재미가 쏠쏠하다. 하지만 팡팡 소리 나게 재밌자고 치는 게 아니라 치고 빠지고 움직이는 등 자세나 타격의 연습을 해야 하기에 실전처럼 하는 것이 중요하다. 허공에 뻗는 쉐도우 복싱과 달리, 샌드백은 때리면 그 무게감을 온전 내 몸으로 다시 돌려받기 때문에 더 빨리 지치게 된다.

이전 05화 기본에서 비롯되는 예술성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