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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패맨 Jan 07. 2022

기본에서 비롯되는 예술성

주먹

 기본기


 복싱의 공격 기술에는 잽, 스트레이트, 훅, 어퍼 이렇게 4가지 동작이 있다. 응용동작으로 크로스카운터라던지, 롱 훅, 숏 어퍼 등이 있다고 해도 전체적으로 딱 이 4개 가지가 공격 기술의 핵심이자 기초를 이룬다. 기초가 4가지인 만큼, 복싱을 잘하기 위해서는 이 4가지 동작을 끊임없이 반복해서 연습할 필요 있다. 때문에 발과 손, 관절기 등 다양한 공격을 하는 격투기에 비하면 복싱비교적 루하거나 약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전에 언급했듯이 복싱은 모든 격투기 중에서 주먹 기술이 가장 뛰어나고 예술적인 스포츠다. 어떻게 하면 더 효율적으로 내 주먹이 상대를 가격할 것인가를 끊임없이 생각하고, 그 소수의 동작을 죽어라 무한 반복한다. 복싱장에 와서 거울보며 30분만 열심히 잽 연습을 하면 거의 1000번 이상은 뻗지 않을까 싶다. 서두가 길었는데,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기본기다. 모든 기술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그 밑을 바치고 있는 기본기가 탄탄해야 할 수밖에 없다. 그것은 국룰이다. 그리고 그 탄탄한 기본기 하나가 사실상 현란한 기술 하나보다 더 강하고 믿음직하다. 내가 좋아하는  이노우에 나오야 선수를 보면 앞손 훅이 명품이다(물론 리버블로우이랑 원크로스도 말 도 안되게 명품이지만). 거의 모든 경기에서 앞손 훅이 엄청난 활약을 펼친다. 우리에게 익숙한 메시는 어떤가. 바디페인팅 하나만으로 세계 축구계를 씹어먹었다.


주먹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는 말을 들어봤는가? 내용과 상없는 말이지만 만큼 인간은 싸움을 할 때 반사적으로 주먹이 먼저 나가는 동물이라는 것이다. 렇기에 일반적으로 주먹을 잘 쓴다거나, "좀 치네"라는 말은 당연히 싸움을 잘한다는 뜻이다. 왜 "좀 차네"가 아니라 "좀 치네"겠는가. 발보다 주먹이 더 많이 더 유용하게 쓰이기 때문이다. 본인은 태권도를 6년 정도 단련했으며, 머리와 몸으로 발차는 기술을 분명히 기억한다. 하지만 현재 유연성이 굳어져 허리 위로 발을 찰 수가 없다. 계속 스트레칭하고 찢어주지 않는 한, 발차기를 다시 쓸 수 있기까지는 오랜 기간이 걸린다. 태권도가 실전성면에서 주목받지 못하는 건 공간 효율이나 기술의 난이도는 물론이고 유연성이 없는 한, 발 기술을 사용할 수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반면에, 복싱은 어떤가. 우리는 항상 팔과 손을 쓰기에 따로 스트레칭이나 유연성이 없이도 간단히 주먹을 뻗을 수 있다. 실전성면에서 아주 확실하고 뛰어난 것이다. 참고로, 복싱을 할 때 글러브를 끼는 이유는 맞는 상대의 얼굴을 보호하려는 이유도 있지만 치는 본인의 주먹을 보호하려는 이유가 크다. 우리가 글러브를 낀 주먹을 얼굴에 맞으면 맨주먹으로 맞는 것보다 울림이나 데미지량이 더 크다고 한다. 반면에 맨주먹을 얼굴에 맞으면 울림이나 데미지량은 적지만, 타격 포인트가 점처럼 확고해서 강력한 일격이 가해진다. 물론 후자가 훨씬 위험하다. 하지만 전자만큼의 데미지량은 아니며, 가격하는 쪽은 가격 당한 쪽만큼이나 주먹이 훼손될 확률이 높다.


예술성


 모든 스포츠는 예술이다. 하지만 내가 살면서 예술이라는 말을 들은 스포츠는 딱 2개인 것 같다. 축구와 복싱(물론  이 두 스포츠에 관심이 많이서 그럴 수도 있다). 지네딘 지단하면 그의 별명처럼 붙는 숙어가 뭔 줄 아는가? 아마 대부분의 남자들은 알 것이다. 바로 '아트사커'다. 그만큼 그가 축구경기에서 공을 다루는 모습이 아름답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이다. 지단은 어떻게 했나 싶을 정도로 가볍고 부드러운 퍼스트 터치(공을 받는 첫 트래핑)와 놀라운 볼 간수 능력을 보여준다. 말도 안 될 정도의 기술과 움직임을 보여주는 다른 선수들도 많지만, 굳이 지단이 아트싸커라고 불리는 이유는 큰 체구에 비해 물 흐르듯 부드러운 움직임을 보여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영국하면 어떤 말이 떠오르는가. 아마 신사의 나라일 것이다(요즘에 영국인들이 신사답지 못 하다는 말이 주변에서 많이 들린다). 영국은 도루가 치사하고 신사답지 못해서 야구를 안 한다는 소문이 도는 나라다. 만큼 스포츠에서 신사다움을 중요시한다. 그런 나라에서 사람의 약점을 때려 쓰러트리는 스포츠인데도 영국인들에게 인기있는 스포츠가 있다. 그것은 바로 복싱이다. 인간의 약점인 간을 때리는 리버블로우는 영국이라는 나라의 입장에서 충분히 도루만큼 치사하다고 느낄 만도 한데 그렇지 않다. 영국은 복싱에 열광한다. 복싱이라는 스포츠의 예술성을 인정하는 것이다. 같은 이유로 축구에도 열광한다.

 오직 두 주먹을 가지고, 같은 체중의 상대와, 정당하게 1대 1로 상대방을 쓰러뜨리는 스포츠 '복싱'. 경기중에 나오는 동물적인 회피와 인체구조를 파악한듯한 감각적인 타격, 그로 인해 쓰러지는 상대를 보게 된다면 아마 당신은 복싱의 예술성에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감탄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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