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의 시간들

이수 콘서트

by 연패맨
한 바퀴 돌다
사진 출처 : 소피스트 아뜰리에

또 한 해가 간다. 사실 뭐, 한 해가 간다고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인간이 정한 시간의 기준 아래 장사꾼들이 새로운 시작이라고 만들어 낸 상업적 허상일 뿐, 그냥 지구가 태양을 중심으로 한 바퀴 돌았을 뿐이다. 우주의 입장에서 볼 때 공전 한 번했다고 술 먹고 소리치며 얼싸안 지구인들이 얼마나 하찮겠는가.. 연말이든 새해든, 그저 흘러가는 수많은 시간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신년이라고 새로운 다짐을 하며 들뜰 것이 아니라, 한 해를 돌아보 반성하며 원래 하던 일 있다면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를 주거나, 잘 못하고 있는 일이 있었다면 새로운 방향을 찾아 성실하게 살아가는 것이고 생각한다.

들뜨는 연말 분위기 속에서 내 맘이 이리 착잡한 것은, 아직 맘속에 해결되고 잊혀지지 못한 가시가 박혀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가시도 결국 내 몸속에서 썩어가고 스며들어 나의 일부가 될 것이다.

좋았던 일들은 금세 증발되어 사라지지만, 아프고 괴로웠던 일들은 무게가 되어 내 안에 남는다.




겨울나기
사진 출처 : sopotify

며칠 전, 이수의 콘서트를 홀로 다녀왔다. 확실히 콘서트 장의 울림은 극장에서 보는 영화처럼 그 입체감이 틀리다. 무엇보다 콘서트가 좋은 점은 현장의 노래보다도 가수와 관객이 직접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다. 뭐, 엄격히 말하면 그냥 가수가 하는 말을 듣는 것뿐이지만, 그것만으로도 나 같은 관객 입장에서는 신기하고 별한 경험으로 다가온다.

엠씨더맥스는 히트곡이 워낙 많은 가수다. 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가사와 선율, 고음, 음색을 선사하기 때문이다(특히 가사가 참 예술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인적으로는 그들의 노래 한 곡 한 곡이 모두 곡이라고 생각한다(엠씨더맥스, Buzz. 둘 다 노래 하나하나가 정말 다 좋다). 그렇기에 콘서트를 하는 이수 입장에서는 선곡을 하기가 참 힘들었을 것이다. 듣고 싶었던 [사랑을 외치다]와 [그대가 분다]는 듣지 못했지만, 이수가 직접 작사/작곡을 했던 [입술의 말], [one love], 그리고 [Circular OP.2]를 들을 수 있어서 행복했다. 이수가 만든 곡들은 어찌 그리 좋은지.. 역시 가수는 가수구나 싶었다. 다 좋았지만 특히나 좋았던 노래는 [Circular OP.2]였다. 이수 본인이 자신의 속마음을 담아낸 노래라고 했데, 폭발적 선율과 가사가 무척 와닿았다. '토막 나며 부서진 나의 여러 기대는 공중에 날려 사라져 가고', '뱃속에서만 커다란 울음이 차오를수록

입을 다물어 침묵했었다' 서트 전반을 통틀어 가장 기억에 남는 노래였다.

이수 말로는 올 연말에 열린 100여 개의 콘서트 중에서 남녀비율이 가장 비슷한 유일한 콘서트가 자신의 콘서트라고 한다(실제로 세계 소비의 80%을 여자가 한다는 연구결과가 있을 정도로, 여자의 팬덤문화와 소비는 남자와 확연히 다르다). BTS는 Army를 가졌으나, 자신은 진짜 Army를 가졌다고.. 많은 남자들이 엠씨더맥스를 좋아하는 이유는 도전을 불러일으키는 고음과 와닿는 가사, 이야기들이 아닐까 싶다(많은 남자들이 Buzz를 좋아하는 이유도 비슷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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