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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패맨 Dec 23. 2023

바람의 노래

무릇 바람에 흔들리는 것은..

바람의 노래
사진 출처 : 티스토리

 최근에 나는 조용필-바람의 노래를 듣고 많은 위로를 얻었다. 가사가 우리 인생 전반에 걸쳐 당되는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전 글에서도 말했지만 인간 스트레스의 모든 원인은 사람이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 인연. 거기서 파생되는 사랑, 우정, 배신, 기대, 실망 등 다양한 문제와 감정들이 스트레스를 불러일으킨다.  

나를 떠난 사람들과 만나게 될 또 다른 사람들. 스쳐가는 인연과 그리움은 어느 곳으로 가는가.
나의 작은 지혜로는 알 수가 없네. 내가 아는 건 살아가는 방법뿐이야

 떠나간 사람, 만나게 될 사람, 스쳐가는 인연, 추억, 그리움. 이 많은 것들이 마치 바람처럼 어디에서 와 어디로 가는 것인지, 화자는 본인의 작은 지혜로는 도저히 알 수가 없다고 말한다. 그가 알 수 있는 것은 단 하나, 그저 순간순간의 인연과 거기서 파생되는 삶을 살아가는 방법뿐이다.

보다 많은 실패와 고뇌의 시간이 비켜갈 수 없다는 걸 우린 깨달아야 돼(깨달았네).
이제 그 해답이 사랑이라면 나는 이 세상 모든 것들을 사랑하겠네

 장담할 수는 없지만 사람에게는 그릇이라는 것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어떤 아픔이나 고통, 상처 등을 넓은 아량과 이해의 마음으로 품고 안을 수 있는 그릇이. 분명 타고나길 이 그릇이 큰 사람이 있고, 작은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만약 이 그릇이 고체로 된 그릇이라면, 이 그릇을 넓히기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아니, 설령 가능할지라도 상당히 어려울 것이다. 그릇을 깨부수고 다시 만들거나, 그릇을 고온에 녹여서 다시 만들어야 할 테니까. 그렇기에 그 과정에서 많은 아픔과 고통이 수반될 것이다. 이 노랫말이 마치 그걸 말하는 것 같다. 결국 사람은 많은 경우의 실패와 고뇌의 고통을 결코 비켜갈 수가 없기에 그게 당연함을 인지하고 살아야 하는 것은 물론, 이것을 건강하게 이겨내기 위해서는 용서와 수용 같은 큰 사랑의 마음(그릇)이 필요하다는 것을. 하지만 뒤집어 생각해 보면, 이런 포용과 사랑의 마음을 가지려면 인간이 얼마나 많은 실패와 고뇌의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야 하는지를 상기시킨다.

 그렇기에 명검은 수많은 망치질과 담금질속에서 탄생하며, 그 수가 매우 적다. 인간 역시 마찬가지다. 수많은 실패와 고뇌 속에 삶을 포기하는 사람도 있고 어찌어찌 견뎌 살아내는 사람도 있으며 그로 인해 아주 단단하고 강해지는 소수의 사람도 있다. 예시를 검으로 든 것이지, 사실상 사람을 검과 비교할 수는 없다. 사람은 그 한 명 한 명이 고유하며, 자신만의 고유한 인생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리 인간은 각자가 각자에게 처한 실패와 고뇌를 건강하게 거쳐낸다면 우리 모두 고유한 명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흔들린 것은 무릇 내 마음뿐
"어느 맑은 봄날, 바람에 이리저리 휘날리는 나뭇가지를 바라보며 제자가 물었다. 스승님, 저것은 나뭇가지가 움직이는 겁니까, 바람이 움직이는 겁니까? 스승은 제자가 가리키는 곳은 보지도 않은 채, 웃으며 말했다. 무릇, 움직이는 것은 나뭇가지도 아니고, 바람도 아니며, 네 마음뿐이다."
-영화[달콤한 인생]

 사람이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서 생기는 크고 작은 문제들과 인연들을 바람에 비유해 보자면, 아마 사람에게는 쉴 새 없이 바람이 불 것이다. 이렇게 저렇게, 이쪽에서 저쪽에서, 강하게 약하게, 꾸준히 또 가끔씩. 도저히 예측할 수 없는 바람 때문에 가끔은 온 세상이 흔들리고 내 몸이 넘어갈 듯한 위기를 느낄지도 모른다. 하지만 침착하고 상황을 넓은 시각으로 생각해 보면 사실 진짜 흔들리고 있는 것은 무릇 본인의 마음뿐일지도 모른다. 바람은 언제나 어디서나 불어오고 있었고, 세상은 그 바람에도 여전히 변함이 없었으며, 내 몸뚱이는 어느 바람 속에서도 항상 꿋꿋이 견뎌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정말 세상이 흔들리고 내 몸이 흔들릴 정도의 바람이 불어올 때도, 그만큼 너무 힘들 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순간이 왔을 때, 무릇 흔들리는 내 마음을 인내와 포용으로 바로잡고 견뎌낸다면, 시간이 또 그걸 견뎌낸 내 성숙함이 바람을 지나가게 해 줄 것이다. 어차피 불어올 바람이었고, 지나갈 뿐인 바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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