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속 익명성은 양날의 검이다. 타인이 자신을 알 수 없기에 익명의 누군가가 진실을 넘어서는 거짓과 사악한 댓글을 적어 타인을 죽을 위기에 처하게 만드는가 하면, 마찬가지로 타인이 자신을 알 수 없기에 익명의 누군가가 일면식도 없는 타인에게 진솔하고 따끔한 위로의 한 마디를 건네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나는 마음이 힘들 때마다 위로를 얻기 위해 인터넷 속을 기웃거린다. 오프라인상의 사람에게서 진정어린 위로를 얻기란 사실상 공감적상황적관계적인 측면에서 쉽지 않지만, 온라인상에서는공간이나 관계를 뛰어넘어 무수히 다양한 사람과 다양한 경험을 공유할 수 있기에 진정 어린 위로와 충고를 얻기가 더욱 쉬울 수 있다. 세상이 넓고 큰 만큼, 누군가는 분명히 내가 겪은 문제들을 이미 겪어 극복했기 때문이다(만약 당신이 영어를 읽거나 듣는데 문제없다면 구글에서 세계적으로 더 많은 사람들의 정보와 위로, 진심 어린 조언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네이버가 크게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 역시 지식인이라는 익명성 조언가 플랫폼이 있었기 때문이다. 각종 커뮤니티들 역시 마찬가지다. 이곳은 폭언과 욕설, 음해의 글들이 오가며 문제가 일어나는 중심축이 되기도 하지만, 많은 이들이 서로의 다양한 경험과 정보를 편하게 공유하고 나누는 실질적인 공간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가능한 것은 익명성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위로의 노래
좋은 노래에는 칭찬이, 명곡에는 사연이 달린다는 누군가의 말처럼사람을 위로하는 노래에는 좋은 글들이 남는다.엠씨더맥스-cirlcular OP2, 안재욱-best friend, 봄여름가을겨울-브라보 마이 라이프, 신승훈-이 또한 지나가리라, 노라조-형 은 나에게 위로를 안겨준 노래들이다. 하나같이 다양한 사람들이 각자가 놓인 상황에 노랫말을 겹쳐서 해석할 수 있는 곡들이라 유튜브 댓글을 보면 참 많은 사람들이 개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진심 어린 위로와 지혜를 공유한다.
대중가요는 물론 수익성을 제 1의 목표로 하는 사업이지만, 가수라는 공인이 많은 익명의 사람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는 매개체라고도 생각한다. 작곡가와 작사가가 어떤 생각으로 노래를 만들었는지, 가수는 또 어떤 생각으로 노래를 불렀는지는 알 수 없어도, 그 노래를 듣는 수많은 사람들은 각자의 상황에 빗대어 가사를 음미하고 위로를 얻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중가요의 90% 이상은 연인과의 사랑을 주제로 한 노래들이고, 또 오늘날 대부분의 노래들은 자극적이고 중독적인 것을 추구하며 뭐라고 하는지 알아듣기 힘든 노랫말들과 한국어보다는 영어가 더 많은 가사, 음악성보다는 가수의 미모와 몸매에 치중해 있다. 해서 안타깝게도 인생에 위로에 주는 한국의 몇몇 대중가요들은 상대적으로 폭발적 인기를 누릴 수는 없다. 하지만 힘든 사람들에게 하루하루를 살아나갈 힘을 심어주기 때문에 그 가치만큼은 상대적으로 매우 높다.
나는 한국의 대중가요가 더 많은 주제와 생각들을 담아내고 가사에 '의미'가 있는 힘을 실어냈으면 좋겠다. 그렇게 뜻 있는 노래들이 늘어난다면 그만큼 힘을 얻는 사람들도 늘어날 테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