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스트레스와 근심, 걱정, 고뇌는 사람으로부터 나온다. 사람이 만든 국가, 사회, 시스템 안에 살아가는 한 어쨌든 어떻게 하든 언젠가 사람과 부딪힐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집에서는 부모나 형제 자식에게서, 학교에서는 친구나 선생에게서, 직장에서는 선임이나 후임에게서, 인터넷에서는 익명의 사람에게, 연인에게서, 동료에게서, 지나가는 사람에게서 우리는 스트레스를 받는다. 사람이 사람을 상대하고 마주한다는 것은 상당한 스트레스가 필요한 일이다. 살아온 환경, 가치관, 생각, 성격 그 모든 것이 다른 생명체를 상대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성향 자체가 외향적이고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은 내향적인 사람에 비해 외부 스트레스를 덜 받는 것은 물론, 오히려 그러한 것을 더 즐길 수 있는 타고남을 지닌 사람들이다. 따라서 사회성과 사교성이 좋은 외향적인 사람은 사람 by사람으로 이루어진 이 지구 안에서 그렇기 않은 사람에 비해서 기회의 폭이라든가 경험할 수 있는 폭이 넓어 더 유리한 포지션에 위치해 있다. 세상이 외향성을 강조하고 외향적인 사람을 필요로 하고 외향적인 이들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기 때문에, 외향적인 사람이 내향적인 사람보다 행복하다는 연구결과는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다.
내향적인간 / 사진 출처 : 동아대학교
하지만 사람이 외향적이든 내향적이 든 간에 모든 개인적인 스트레스 상황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야기된다. 사람으로 둘러싸인 세상 안에서 개인이 타인의 말, 행동, 표정, 습관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물론 타인을 통해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그보다 더 많은 수의 부정적인 영향을 받으며 살아간다. 남은 내가 아니기에 자기의 기준에서 말을 내뱉고 행동한다. "아니 이게 어렵냐?" "왜 이걸 이해를 못 하냐?" "왜 이런 거에 예민하냐?" "뭐 이런 거 가지고 그래?" 그리고 우리는 그런 말에 영향을 받고 상처를 입기도 한다. 좀 더 성숙한 타인은 상대를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역지사지의 자세로 말과 행동에 임하지만, 그런 사람 역시 다른 개인을 100%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설사 같은 일을 겪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개인의 성장배경을 통한 생각이나 가치관의 뿌리가 다르기에 같은 일이라도 받아들이는 감정과 스트레스가 다르기 때문이다.
칼라를 통해 서로의 생각과 감정을 나누는 프로토스 / 사진출처 : 루리웹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에 등장하는 프로토스 종족은 칼라라는 집단 지성 개념체를 통해 서로의 감정과 생각을 100% 이해하고 느낄 수 있다. 그렇기에 이들은 엄청난 지성체이자 강자로서 우주에 존재한다. 하지만 우리 인간은 서로의 감정과 생각을 이해할 수가 없다. 설령 가까운 사람이라 할지라도 과연 타인을 50% 정도는 이해할 수가 있을까? 따라서 이런 인간사회에서 온전히 나를 이해해 주고 공감해 줄 수 있는 사람은 "나" 자신뿐이다. 나는 나의 감정을 100% 헤아릴 수 있고 느낄 수 있으며, 한 치의 의심이나 오해 없이 100% 믿고 의지할 수 있다. 타인으로부터 상처를 입고, 믿었던 타인이 기대를 저버리고, 이해해 줄 줄 알았던 타인이 나를 이해 못 해줄 때, 우리는 스스로에게 위로를 받고 의지해서 일어나야 한다. 이것이 나를 사랑해야 하는 이유이자, 자아존중감이 중요한 이유다. 우리가 타인의 영향과 타인이 주는 스트레스와 고통을 통해 성장하고 성숙해지고 강해질 수 있지만, 그 기저에 스스로를 믿고 사랑하는 마음이 존재해야만이 스트레스와 고통을 이겨낼 수 있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