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9.03)
타자기 소리 없이는 타자를 친다는 감각이 없고
멀미 하지 않고는 차를 타고 있다는 감각이 없고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깨어 있다는 감각이 없다.
바라 보지 않으면 생각하고 있다는 감각이 없고
안고 있지 않으면 숨을 쉬고 있다는 감각이 없고
담배를 피우지 않으면 살아 내고 있다는 감각이 없다.
횡단보도를 건너지 않으면 선택 하고야 말았다는 자각이 없고
우산을 들지 않으면 도망치지 않았다는 확신이 없다.
불안은 일방통행의 길을 만든다.
발을 딛으면 돌아갈 수 없다는 불안감이,
떠밀리듯 내딛는 그 불안한 한 걸음이,
여기까지 나를 내몰았다.
운전석에 앉아 일방통행으로 직진하다가
주차할 곳을 찾아 헤매다 보면
가끔은 내가 움직이고 있다는 감각을 잃는다.
바퀴는 회전하는데 나는 회전할 수 없고
빗물 때문에 앞이 보이질 않는데 내 몸은 젖지 않는다.
그럼에도 후진할 수 없고 시동을 끌 수도 없고 차에서 내릴 수도 없다.
때로는 그 불안감이 안락하고 편안해서
이미 도착했어야 할 장소 따위는
생각도 나질 않을만큼 삶은 일방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