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 아빠에게 내가 담배를 핀다는 걸 들킨 건

(23.02.21)

by 김옥미

아빠에게 내가 담배를 핀다는 걸 들킨 건

아무래도 엄마 장례식날이었던 것 같다.

암만 생각해도 그 날인데,

아빠는 모른척 해주었다.


아빠 집에 갈 때마다

나는 드문드문 이유없이 집 밖으로 나갔지만

이유를 물어보지 않았다.

자주 나가기에는 눈치보여서

줄담배를 피고는 했지만

담배냄새가 나는지 안 나는지

아빠는 내색도 없었다.

아빠는 내가 담배피러 나갈때면

방에서 창문을 열고

아빠도 믹스커피를 마셔가며 담배를 피웠다.


그제는 병원에 입원해있는 동생을 면회하러 갔다가

아빠가 담배를 놓고 와서

담배를 사러가야 한다고

불편한 몸을 이끌고 가려 하시기에

나도모르게 내 담배를 꺼내 아빠에게 드렸다.

아빠는 내가 담배를 꺼내버렸다는 사실에

나도 무심코 그랬다는 사실에

순간적인 정적이 있었지만

아빠는 자연스럽게 담배를 받아들고 담배를 피우셨다.

나는 아빠에게서 멀리 떨어져

구석에서 담배를 피웠다.


동생에게 해줄 수 있는게 없어서 서러운 마음,

이럴 줄 알았으면

납골당에서 몰래 담배 피울 필요 없었는데

그동안 뭣하러 아빠 혼자 담배 피우게 내버려뒀을까 하는 마음,

맞담배라는게 근데 아빠랑 가능은 한가? 그런 마음이 맴돌았다.


동생을 면회하는 동안

아빠는 별 말 없이 담배만 두 가치 피웠다.

아빠에게 내 담배가 독하지는 않았을까?

아빠와 나는 모르는 척 해왔던 순간을 하나 공유했다.


여자가 어디서 담배냐며

당뇨환자가 어디서 담배냐며

끊으라고 끊으라고 소리칠 것 같았던 아빠는 없었다.

이것도 아빠의 배려라면 배려일까.

평생 아빠도 끊지못한 담배, 나한테 뭐라 말할 게 없으셨을까.


동생도 담배를 피우는데

내 동생은 어지럽다며 휠체어를 끌고 와서는

담배는 생각도 없는지 내내 동공만 허공을 맴돌고

우리는 수다없이 아빠의 담배 피는 모습만 보고 있었다.


김해를 다녀온 소감은 이게 전부다.

엄마가 있었다면 우리 모두에게 담배 끊으라고 질책했을텐데.

어쩌다보니 엄마를 생각하며 다들 담배를 피우고 있다.


연기만 자욱하게 남아서

우리는 희미한 희망을 바라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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