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2.19)
부모님은 열심히 일했으나 아버지는 더이상 해오던 일을 해나갈 수 없고 아버지의 동년배 동료들은 고위험군 직업이라 사고사로 돌아가셨거나 마찬가지의 비슷한 이유로 직업을 잃었다. 엄마의 친구들은 미용사이거나 기술이 필요 없는 식당의 주방 보조나 설거지로 하루를 이어가고 엄마 또한 마찬가지다.
내가 어릴때이던 10대이던 20대이던 부모님은 열심히 살았으나 별 달라진 게 없고 그전에도 보험을 못 들었고 지금도 보험 가입이 힘들다. 딱히 저소득층이니 기초수급자니 그런 문제를 떠나 기술이 없고 공무원이 아니거나 대기업 직장이 아닌 사람은 어떻게든 대출을 받아 자영업을 해서 자기 가게에 자기 노예로 밤잠 못자가며 남 밑에 일하는 것보다 못한 돈을 벌고 그마저도 인건비때문에 고심한다.
너도나도 일자리가 없으니 그나마 서러운 말 듣지 않고자 자영업에 뛰어드는데 길 하나 건너면 커피숍 치킨집 빵집 편의점이니 위축된 소비를 그나마도 겨우 나눠먹는 꼴이다. 내 친구들은 졸업하자마자 취업에 뛰어든 아이도 지금은 오갈데 없는 백수이며 전공을 살릴 줄 알았던 재능있던 동기도 전혀 상관없는 직종에서 터무니없는 월급에 인턴 생활 중이거나 이곳 저곳 대학원을 전전하거나 열정 페이거나 앞길이 아득할 따름이다.
그나마 취업한 친구들은 모두 해외에서 자리잡은 경우다. 일찍 결혼한 친구들도 마땅한 직업이 없고 누구보다도 성실하고 나름의 스펙이 있었으나 아이는 하나 이상 낳을 엄두도 못 낸다. 내 동생도 당장 30대 이후를 내다볼 수 없는 직업에다 올케는 아이를 두고도 야간 아르바이트를 한다.
나야 꿈이 있다는 핑계로 남편을 고향에 혼자 두고 안산에서 고시원생활하며 야간 알바를 아득바득 이어나가고 있지만, 단지, 없는 형편이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을 했을 뿐이고 아버지가 몇 달 아팠을 뿐인데 맞벌이가 중단되는 순간 고작 1년 사이 압류에 독촉 전화에 드디어 저번주에 회생 신청을 했고 20대부터 장장 8년을 나눠서 빚을 갚아야 한다.
나는 참 이 젊은이고 중년이고 노인이고 아득하기만 한 이 삶의 굴레를 어디서부터 문제제기를 해야하는지 언제부터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는지, 이 시간에도 이러 저러한 이유로 죽어나가는 사람들은 넘쳐나는데 나는 무엇을 써야 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