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목각인간

(2022)

by 김옥미

손가락 마디마다 검버섯이 피었다

태어날 때부터 그랬다고 한다

무당이 손가락을 보고는

이 아이는 운명이 정해져있다고

나이테가 새겨진 것이나 다름없다고

나에게 굵은 소금을 뿌려댔다고 한다

손가락이 나이가 들수록 제대로 움직이질 않아서

이대로 천천히 나무가 되어버리는 걸까 두려워

손가락을 베어낼 결심을 했다

손가락을 칼로 짓이길 때마다

핏물 사이로 잎사귀가 돋아나서

사람들한테 들키면

아예 몸통을 베어내지 않을까 겁이나기 시작했다

이미 벌어진 상처로 피어나는

꽃들과 잎들과 열매를 말려 죽이기로 했다

햇살과 이별하고 빗물을 게워냈다

누군가 찾아와 손을 내밀었던 것 같은데

다른 한 손에는 도끼가 있을 거라고

어둠 속에서 환하게 검버섯이 피어올랐다

깜깜해서 검버섯이 온몸을 뒤덮는 것도 모른채

나는 무엇인가 거대한 합의를 해버린 것 같아

주위를 둘러보는데

사람들이 국화꽃을 던지고 있었다

나는 이미 그 자리에

송장으로 합의된 운명이었다

움직여도 움직인 것으로 취급되지 않는

깜깜한 유령이었다

조문을 온 스승은 집으로 돌아가

두 팔 벌려 굵은 소금을 맞았다

내 몸은 산산조각나고

내가 말려 죽인 꽃잎들만 허공에 떠돌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너와 이별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너를 게워내지 말았어야 했는데

띄엄띄엄 주마등처럼 나무 하나가 바스라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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