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2.08)
고향에 모처럼 내려와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나러 갈 준비를 했다.
사실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나는 아빠의 통화 소리에 잠이 깨고 말았다.
아빠는 농협 카드 담당자와 통화 중이었는데
스피커폰인지라 통화 내용이 다 들렸다.
아빠가 신용카드를 사용했고,
미납금액이 150만원이라는 내용이었다.
아빠는 사용한 적이 없고
내 카드는 체크카드라고 말했다.
카드사에서는 예전부터 신용카드로 이용해왔다고 했고
아빠의 명의로 된 카드가 맞다고 얘기했다.
곧 카드 이용 정지 될 예정이며
신용도에 반영될 것이라 했다.
나는 번뜩 아빠가 나더러 들으라고
저렇게 통화를 하는 건지,
아니면 정말 모르고 저런 일이 벌어진 건지,
뭔가 나를 이용하려는 건지,
그런 이런 저런 생각에 가슴이 벌렁 거렸다.
익숙한 감각이 밀려오려 했다.
불행이 나를 집어삼키려드는 그런 감각.
하지만 좀 지나서
나는 다행히 차분해졌다.
고작 150만원.
아빠가 안쓰러웠다.
아빠의 의도가 무엇이든 진실이 무엇이든
그저 아빠가 안쓰러웠다.
내가 바로 해결해 줄 수 없는게 안타까웠다.
아빠는 얼마지나지 않아 누워있는 나에게
열시라며 나를 깨웠고
나 들으라고 통화한 느낌은 아닌 것 같았지만
못내 아빠에 대한 불신을 지울 수 없는
그런 서글픈 내 상황이 참. 복잡한 마음이었다.
그래도 나는 아빠에게
떡갈비를 미리 구워두고 가겠다며 말하고
나름대로 명랑하게 아빠에게 말을 걸었다.
나는 무서웠다.
혹시나 아빠가 고작 150만원 때문에
목숨을 끊거나 하진 않을까 번뜩 생각이 스쳤기 때문이다.
내게 아빠가 사라지면 내 곁에는 도대체 누가 있나.
그런 이유로 아빠에게 명랑하게 군 거라면
그건 그거대로 서글프기도 하다.
아빠는 꽤 차분했고 별 티가 나진 않았다.
나도 별 내색 않고 준비를 해서 집 밖으로 나섰다.
그래도 나는 한편으로 감사했다.
아버지를 원망하거나
불행이 나를 잠식하도록 내버려두지 않고
아빠에 대해 안쓰러워하고
내가 무엇도 해줄수 없음에 죄송하고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힘을 내려 하는
다 괜찮을 거라고 다독이는 내가 나는 대견했다.
이기적인 걸까.
하지만 그런 내가 정신적으로
많이 나아졌단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는 나의 은사님을 만나뵈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