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11.21 첫 공연, 창작극)
인물
도희(40) : 배우.
지성(25) : 배우지망생.
장소
연습실과
어느 장례식장의 흡연실.
1장
도희는 연출가의 디렉팅을 듣고 있는 듯 정면을 보고 있다.
[도희] 왜 여기서 대사보다 침묵이 더 중요해요? 이 대사 한 마디 제대로 읽기 위해서 제가 얼마나 수 십 번 읽고 또 읽었는지, 아시잖아요? 선생님, 나는 선생님 말에 모두 동의 할 수가 없어요.
(사이)
[도희] 그래요, 선생님 말씀이 맞아요. 대사가 연기의 전부는 아니에요. 난 선생님 말씀 듣고 있자니 그런 생각이 들어요. 때로는 그렇게 침묵이 중요하단 걸…… 그 안에 모든 걸 품을 수 있어야 한다는 걸요. 사람마다 감정은 다르고 포기하는 것도 다르고 선택하는 게 달라요. 맞아요. 그걸 대사로 다 해결하려는 건 비겁해요. 오만하구요. 내가 경솔했어요. 인정합니다. 네, 들어가세요. 선생님.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믿어주세요. 이 역할을 제대로 해낼 수 있는 건 나에요. 정말로요. 네, 알겠습니다. 조심히 들어가세요.
도희는 혼자 남는다. 대본을 한참 들여다본다. 넘기고 또 넘긴다. 도희는 분해서, 눈물이 흐르려 한다. 지성의 인기척을 느끼고는 도희가 뒤돌아본다. 지성, 등장.
[도희] 뭐야, 또 너야? 아버진 아까 댁으로 가셨어.
[지성] 누나도 이렇게 울 때가 있어요?
[도희] 쬐끄만 게. 넌 날 언제까지 누나라고 부를 거야?
[지성] 그렇지만 그게 좋은데요.
[도희] 알았으니까 이제 좀 가.
[지성] 그렇게 분해요?
[도희] 네가 뭘 알아. 가라고!
[지성] 왜 그렇게 욕심 부려요? 아버진 누나 제일 좋아해요.
[도희] 알아. 나도 안다고!
[지성] 누나 사실 우리 아버지 좋아하죠?
도희는 지성의 말에 대꾸도 않는다.
[도희] 그만 꺼져.
[지성] 난 누나가 좋아요.
[도희] 가.
[지성] 난 누나의 그런 모습이 좋아요.
[도희] 내 모습이 어떤데.
[지성] 비밀이에요.
[도희] 이제 정말 그만 가라.
[지성] 네. 또 봐요. 누나.
도희는 대본을 덮는다. 한참의 침묵이 이어진다.
2장
지성, 등장. 상복을 입었다. 담배를 피우고 있다. 도희, 검은 양장을 입은 채 등장.
[지성] 독대인데. 한 대 더 피워야겠네요. 한참 기다렸어요.
[도희] 나를?
[지성] 연락도 없으시고. 가장 먼저 오실 줄 알았는데.
도희, 담배를 꺼내 피운다. 지성, 의자를 가리킨다.
[지성] 앉으세요, 교수님.
[도희] 그래.
(사이)
[도희] 상주가 이렇게 나와 있어도 되나?
[지성] 기다렸던 손님이 왔는데 그냥 갈 순 없죠.
[도희] 내 수업은 계속 안 올 거니?
[지성] 다 이유가 있었어요.
[도희] 무슨 이유?
[지성] 아버지와 다툼이 있었거든요. 교수님 때문에.
[도희] 나 때문에?
(사이)
[지성] 덫에 빠진 쥐를 연기하는 수업을 했던 거 기억하세요?
[도희] 매번 하고 있지.
[지성] 수업 정말 좋아요. 그런 연기를 실현해 본다는 게.
[도희] 꼭 필요한 훈련이지. 나도 다 네 아버지에게 배운 거야.
[지성] 하지만 아버지는 이제 세상에 없죠.
[도희] 안타까운 일이지.
[지성] 나한텐 그래도 교수님이 남아있잖아요.
[도희] 나? 수업이나 제대로 나오고 그런 소리를 해.
(사이)
[도희] 아버지와 다퉜다는 얘긴 뭐야.
[지성] 내가 아버지의 기록들을 가지고 있는 게 있어요.
[도희] 기록?
지성은 도희에게 만날 장소와 시간이 적힌 쪽지를 건넨다.
[도희] 뭐 하자는 거야?
[지성] 아버지가 남긴 기록들에 대해 알려드릴게요. 그 기록들이 꽤 충격이거든요.
(사이)
[도희] 발인이 언제지?
[지성] 내일이요.
[도희] 그래.
[지성] 오실 건가요?
[도희] 글쎄.
도희가 지성이 준 쪽지를 펼쳐본다.
[도희] 어서 들어가.
도희, 퇴장. 지성은 도희를 바라보며 담배를 다시 피운다.
3장
연습실. 지성이 기록들을 읽어 보고 있다. 시계를 연신 들여다본다. 도희, 등장.
[도희] 잘 지냈니?
[지성] 네. 꽤 늦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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