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2.16 - 독자와 관객에게)
유성이란 게 사실
당신에게 가닿으면 그냥 운석이죠.
멸망이고, 파괴죠.
그런 게 사랑이라고 생각하기도 했어요.
이제는 자신을 태우면서 빛나는 유성이
더이상 아름답거나 거룩하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저 유성은 쓸쓸하게
밤하늘 저편으로 스쳐지나는 별똥별일 뿐일테죠.
다만
태우고, 또 태우다보면
몇 억 시간과 공간의 차이로
당신 곁을 스쳐 지나는 순간이 오겠지요.
그 유성을 목격한 사람은
두 손 모아 기도를 할지도 모르고
뉴스에선 기적적으로 운석이 비껴갔다고 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저 밤하늘에 박혀있어도
별자름 이름 하나 얻을텐데
어디 한 군데 정착하질 못하고
도망치고 도망치다
그렇게 부서지듯 살아가는 이 별이,
멀리서나마 빛이 될 수 있다면
그 별은 당신에게 가닿진 못해도
그토록 가슴이 벅찰거에요.
홀로 머나먼 궤적으로
당신의 주위를 맴돌수록
나는 부서지듯 눈부시게 빛이 나고
당신과 나는 또 한 번 스쳐지나요.
몇 억 광년 떨어진 우리가
이렇게라도 마주칠 수 있는 건
서로 멀리 있기 때문이고,
당신과 나의 세계가 너무 다르기 때문일 거에요.
그리하여 너무 다행인지라
나는 당신을 만나기 위해 멀리 스쳐지나요.
나의 이 숱한 산산조각
부서지듯 살아가는 이 뜨거운 산산조각이
당신을 상처입히는 것이 아니라
눈부신 별빛으로 당신을 위로할 수 있다면
멀리 그저 스쳐지나기만 해도 좋아요.
당신에게
부디 내가, '유성'이길 바라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