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 지금도 나는 무스 케이크를 먹지 않는다

(21.03.08)

by 김옥미

문득 엄마 생각이 났다. 넓은 집이었지만 스러져가던 지붕 아래 바닥에는 쥐들이 소리소문없이 매번 우르르 돌아다니고 골방에는 한기가 가득했다. 그런 집에서 엄마가 내 생일이라고 케이크를 사러 동생과 나를 데리고 빵집에 갔다.


나는 생과일 케이크가 아니라 비싼 딸기무스케이크를 가리키며 저 케이크가 좋다고 했고 엄마는 별로일 거라고 한참 그랬었는데 결국 우리는 그 케이크를 샀다.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고 기대에 부풀어 케이크를 한입 베어 물었는데 정말 맛이 없었다. 예쁘기만 한 케이크였다. 젤리처럼 물컹거리는 이상한 맛의 케이크였다. 이유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아빠는 그 자리에 없었고 엄마는 아빠가 그 날 오지 않는 이유를 나에게 설명하지 않았다. 다만 그런 상황에 내가 혹여나 슬퍼할까봐 케이크를 사러 가고 내가 고른 그 비싼 케이크를 사다가 집에서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며 소소한 파티를 했다고 나는 은연중 짐작했던 것 같다. 그런 걸 알고서 그런 케이크를 골랐는지도 모르고.


시간이 많이 지나서 동생과 나는 엄마 더러 집을 나가서 혼자 살라고 엄마의 인생과 엄마의 행복을 찾으라고 이제는 그래도 된다고 설득해서 엄마가 단칸방을 얻어 햇빛도 들어오지 않는 시커먼 방에 살 때에 동생과 나는 엄마 몰래 이벤트로 케이크를 사다가 엄마의 방에 찾아간 적이 있다. 엄마가 말했던 CD플레이어를 난 선물로 들고 갔었다. 엄마는 정말 기뻐했었다. 동생과 나도 미소 지으며 셋이 같이 사진을 찍었다.


이후에 나는 엄마가 돌아가시고 난 뒤 엄마의 일기장을 보다 그 날의 기록을 읽었다. 내 딸은 내가 말하면 원하는 선물을 사들고 올 것 같아 CD플레이어를 말해두었는데 사왔더라고. 그 날은 참 포근하고 행복했다고. 이런 소소하고도 찬란하고 서글픈 일상이 가끔은 생각이 날 때가 있다.


지금도 나는 무스 케이크를 먹지 않는다. CD플레이어는 이제 이 시대엔 사라지고 없고 나의 엄마도 하늘에 있다. 그저 나는 선물처럼 누군가에 대한 애틋함이 우리에게 깃들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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