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9)
있잖아 엄마, 나를 위해 정성들여서 된장국 하나 끓일 수 있게 되면,
찬장에는 각종 조미료가 구비되어 있고,
냉장고에는 정갈한 반찬 몇 개 정도 준비되어 있고…
그리고 언젠가 누가 내 방에 왔을 때
손이 많이 가지만 티는 안 나는 그런, 왜, 김밥같은 거 있잖아.
그런 걸 나도 누군가에게 맛있게 해줄 수 있게 되면,
별로 입에 맞지 않아서 남겨도,
내가 굳이 꾸역꾸역 먹지도 않고,
괜찮다고 남겨도 된다고 웃으며
차라도 한잔 내 올 수 있게 되면
그 때는 내가 조금은 어른이 되는 걸까.
엄마, 나도 한 십년 뒤에는,
아빠처럼 방울토마토도 키우고
엄마처럼 매실청을 담그고 딱 그만큼의 어른이 되고 싶어.
엄마, 나는 엄마 딸이어서 행복했어.
김치에 벌레가 생겼다고 다 갖다버리고 그랬는데
알고보니 청각이었잖아.
살아갈수록 내가 그렇게 오해하고 실수하고
아깝게 버리고 또 그리워하고 그런 일들이 참 많은 것 같아.
그럴 땐 엄마가, 아이구 가시나야. 그러면서 한참 웃었는데.
엄마의 (금방 만든 건데 어째서인지) 눅눅한 충무김밥.
맛있을 수가 없는 건데 되게 맛있었는데.
그거 좀 배워둘 걸 그랬다.
그렇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