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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 극작가 이전에 나의 꿈은 2

(25.12.07)

by 김옥미

극작가 이전에 나의 꿈은

화가도 있었지만,

사실 여러 취미가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필름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것이어서

형편만 된다면 사진 전공도 하고 싶었다.

그리고 한 편으로

누군가 나를 향해 셔터를 누를 때까지

내가 카메라를 들 수 있길 바랐다.

얼마 전 이사를 하면서

가지고 있던 캐논 필름카메라를 버렸다.

나름 좋은 렌즈도 가지고 있었고,

중고로 팔 수도 있었는데,

무참히 나는 쓰레기통에 버렸다.

도대체가 왜 그랬는지

이제서야 후회가 되지만,

아마도 6년 정도는 사진을 찍지 않은

나 자신에 대한 실망과

내가 프레임에 무언가를 담는 것을

포기한 것이 아닌가,

사물과 살아있는 것들에 대한 애정을

그렇게 놓쳐도 되었던 건가,

나에게 벌을 주고 싶었던 것 같다.

사진을 찍는 나는 정말이지 행복했다.

특히 인물 사진을 찍을 때 보람이 있었는데,

스치듯 지나가는 미소들을 포착해낼 때

그 쾌감은 잊을 수가 없다.

오늘은 어떤 필름을 고를까,

쨍한 컬러 필름으로 찍어볼까,

흑백 필름으로 톤을 다운해볼까,

고민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하루의 일상을 그렇게 쪼개서

하나하나 나의 행복을 골라서

셔터를 누르던 때가 있었는데.

지금 내가 다시 사진을 찍을 수 있을지,

덜컥 겁이 난다.

예술이란 모두 정직한 것이어서

카메라를 들고 피사체를 보는 순간

피사체 또한 나를 응시하기 마련인데

나는 그런 벌거벗겨진 느낌을

행복이라 다시 느낄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그럼에도,

나의 필름은 여전히 남아있으므로,

다행히 여기에 기록을 남길 수 있으니

나의 셔터들을 회상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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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사진들은 그간 찍은 사진들 중에 골라보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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