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 그의 뒷모습만 보며 걸었다

(17.04.24)

by 김옥미

그의 뒷모습만 보며 걸었다.


얼굴도 모르는 사람이지만

이 늦은 새벽에

앞서서 걷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그냥 지금 이 길에 멀리서나마

누군가 함께 있다는 것이

안도감을 주었다.


내가 편안함에

콧노래나 흥얼거리며

한걸음한걸음 천천히 걸으니

그는 더, 더 멀리 달아났다.


이제 골목을 나서 돌겠지만

그럼에도 나는 빨리 걷지 않았다

오히려 더,

천천히, 천천히,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또는 죽어버린 누군가를 바라보듯이

멀어지는 그를 응시했다.


그렇게

나는 이 가로등 불빛에

가둬졌다.


아마도 그를

다시 보는 일은 없을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시 - 올가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