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티지 샤넬백
나의 첫 번째 빈티지 샤넬백
얼마 전 예능을 보다가 미우새의 김종국이 ‘나는 가지고 싶은 게 없어’라는 말을 하는 장면을 보았다. 그 순간 부럽다는 말이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나의 물욕은 사실 도를 지나쳐서 나는 왜 이렇게 가지고 싶은 것이 많은가?를 오래전부터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으며, 우리 집안에서 왜 유독 나만 이런 건가를 나의 어린 시절에 어떤 트라우마가 있었는가? 심지어 소비가 심한 사람은 상대적으로 행복하지 않다는 연구결과를 보고 이건 정신과 상담을 받아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 나야말로 정말로 무소유와 현명한 소비를 하고 싶다. (그래서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을 돌아보기 위해 수요일의 소유를 쓰고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예쁜 것이 넘쳐나는 세상에 가지고 싶은 게 없다는 게 진짜로 부러우면서도 정말로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 (그래도 술을 좋아하지 않고 먹는 것에는 욕심이 없다는 건 정말로 다행이다)
그런데, 벼라 별것들과 예쁜 것들을 많이 가지고 있는 나에게도 없는 것이 있었는데 그건 샤넬이었다. 한 번은 친구와 그 벼라 별것들을 살 돈을 모아 모아 모아 샤넬백하나를 살걸 그랬나? 하는 대화를 하면서도 그 돈을 모아 모아의 결론은 소비인 것도 참 웃기다.
예전에는 샤넬이라는 브랜드가 나에게 어울리는 건지도 몰랐고, 저렇게 비싼 걸 메고 갈 때가 뭐 결혼식 정도 일까 싶었고, 사고 싶어도 정말로 감당하기 너무 버거운 가격이었다. 그러다가 코로나가 터지고 샤넬을 사기 위해 사람들이 새벽 일어나 오픈런까지 한다는 뉴스를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었다. 샤넬은 이제 모두가 가질 수 있는 브랜드가 된 것인가? 모두들 어렵다 어렵다 하면서 다들 잘 사는구나. 아침 새벽에 명품을 사기 위해 줄을 선다고? 그런데 내일 또 샤넬은 오르고 오늘이 제일 싸다고? 그런 생각들이 꼬리의 꼬리를 물면 결국 나도 샤넬가방 하나쯤은 갖고 싶은데 라는 마음이 들었다.
아까도 말했지만, 그런데 그 작은 가방에 뭘 넣고 다니겠는가. 그 비싼 값을 치렀는데 얼마나 조심하며 들어야 하나. 드는 게 아닌 모시게 될 텐데. 그리고 결혼식은 뭐 일 년에 몇 번이나 가겠는가 라는 생각이 들 때쯤 어느 빈티지 명품 사이트에서 이 가방을 보게 된다.
이거다! 샤넬스럽지 않지만 샤넬이다. 너무 크지도 않고 여러 가지 이것저것들을 넣고 다닐만한 적당한 크기이다. 남들 이 다 메는 (사실 그게 제일 좋은 것 같기도 하다) 디자인도 아니고 질리거나 유행을 탈 디자인도 아니다. 아무 옷에나 잘 어울린다. 빈티지지만 상태가 너무 좋다. 아마도 내구성이 좋은 소재 같군. 모시고 다니지 않아도 되겠네. 이걸 사야만 하는 이유는 너무 많지만 아무리 빈티지라도 샤넬은 샤넬이라 가격이 만만치가 않았다. 그래 며칠만 더 고민해 보자 하고 장바구니에 넣어 두길 몇 달. 진짜 사야겠다 결심한 순간은 이미 늦었다. 아니 이 샤넬스럽지 않은 디자인을 누가 사간 거야? 도대체!!!!
그렇게 나는 다시 몇 개월을 그 모델을 찾아 빈티지 사이트를 헤매고 다녔다. 하지만 그때 봤던 좋은 상태의 그 모델이 다시 나올리는 없었다. 그렇게 한동안 맘고생을 정말 심하게 했다.
그리고 이제 마음에서 다 떠나보냈다고 생각했을 때쯤 다시 어느 날 이 가방이 나타났다.
꿈인가 생시인가 할 정도로 진짜 놀랬었다. 그리고 빨리 정신을 차리고 결재버튼을 눌렀다.
이렇게 나에게도 첫 번째 샤넬이 생겼다. 첫 번째라고 하니 두 번째도, 세 번째도 생길 거라는 얘기 인가 싶은데. 그런 욕심은 지금은 없다. 고민하고 아쉬워 한 시간만큼 이 가방하나로 샤넬에 대한 욕망은 지금은 충분히 채워져 있다.
이미 나는 가진 것들이 많다. 그렇지만 또 가지고 싶은 것들이 생겨난다. 그렇게 소유한 것과 소유하지 않은 것들 사이에서 매일 고민하고 괴로워한다. 분명한 건 가지고 있는 것도 가지고 싶은 것도 가격의 크기와 브랜드를 떠나 오래오래 동안 쓰고 내 옆에 있어 나를 풍요롭게 해주는 것들로 삶을 채우고 싶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