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회사를 그만둘 수 있을 까요?

by 이가든

나에게는 25년 지기 친구 M이 있다. 대학생활 4년부터 지금까지 -

우리는 미대를 나왔고 우리는 항상 과제의 같은 팀이었다. (미대는 팀과제가 많다)

서로에게 민폐를 끼치지 말자 내가 맡은 일은 책임지고 하자라는 성격과 책임감이 우리는 잘 맞았다. 그래서 그 성실로 서로가 서로를 도우며 그 수많은 과제를 내고 무사히 미대를 졸업했다. 그때 우리에게는 그것 말고 특별한 예술적 재능은 없었던 것 같다. (M은 아닐지도 모른다) 미대를 다니면서 나는 미술에 재능이 없다는 걸 확신했다. 사실 그건 대학을 입학하기 전부터도 조금 알고 있었다. (예고를 졸업한 나는 고등학교에서 이미 느끼고 있었다. 서울대에 가면 머리가 좋은 애 위에 더 좋은 애 그 위에 더 좋은 애가 있는 것처럼. 똑같은 사과를 그려도 더 잘 그리는 애 그 보다 더 잘 그리는 애. 나는 그냥 동네에서 아니 우리 집에서 조금 사과를 잘 그리는 아이였을 뿐이었다. 그걸 우리 엄마가 재능이라고 착각했을 뿐) 그래도 우리는 그 성실함 안에서 한 명이 밤새 놀면 그 다른 한 명이, 한 명이 실연을 당해 못다 한 과제를 다른 한 명이 채워가며 나름 꽤 열심히 학교를 다녔다. 그리고 졸업식날 서로에게 서로가 있어 졸업할 수 있음 감사했다. 그리고 그다음 또 바로 어떻게 어떻게 어떻게 취직을 했다.(취직은 세트메뉴로 하지는 못했다) 나는 광고회사로 M은 모 회사의 디자인실로 그렇게 또 우리는 다시 성실하게 20년 동안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서도 단 한 번도 쉬지 않고 몇 번의 이직을 경험하며 지금까지 회사를 다니고 있다. 대학시절 친했던 친구들 중에 아직까지 회사를 다니는 친구는 우리가 둘이 유일하다. ( 프리랜서, 교직 등등 일을 하는 친구들은 다양하다. 그냥 회사원을 말하는 것이다)

우리는 가끔 일 년에 한두 번씩 만나 이런 안부를 나눈다.

“너 언제까지 회사 다닐 거야?"

“너는?"

“나 너 그만둘 때까지”

“그럼 나도”

그러다 마흔을 넘어선 우리는 언제부턴가 이런 이야기를 나눴다.

“요즘 내 소원은 말이야 회사가 나가라고 하기 전에 내가 회사를 그만두는 거야”


얼마 전, 서울 자가에 대기업에 다니는 김 부장이야기라는 드라마가 나왔다. 나는 제목을 듣자마자 스트레스를 받았고, 그 이야기에 과몰입을 하게 될 까봐 재미있다는 얘기에도 결국 드라마를 보지 못했다.

M에게는 물어보지 않았다. 그 드라마 봤냐고.


누군가에게 그것도 회사에게 이제 너는 사용이 끝났으니, 이제 나가봐 그 거절이 혹은 거기서 거기인 사람들 안에서의 경쟁에서 내가 진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어서 회사를 먼저 그만두려는 건 아니다.(솔직히, 그것도 무섭다) 나는 지금 내가 하는 일을 이제 그만하고 싶다. (나는 광고대행사에서 제작하는 일을 하고 있다.)

지난 20년 동안 3번 회사를 옮겼지만, (돌이켜보디 3이라는 숫자는 적당해 보이고 20이라는 숫자는 너무 길어 보인다) 업을 바꾼 적은 없다. 예전에는 회사를 다닐 때 진짜 못 견디도록 싫은 사람이 있거나, 담당하기 싫은 광고주가 있을 때 에잇 씨 그냥 그만둬? 그런 생각을 밥 먹듯이 했다. 그리고 그때 그것을 진짜 견디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을 때 나만의 시그널이 오면, 바로 포트폴리오를 정리하고 다른 대행사를 알아보고 회사를 옮겼다. (그 사이사이에는 단 2주 정도의 휴식이 있을 뿐 공백을 가진 적이 없다) 대행사에서 대행사로 또 다른 대행사로. 회사를 옮기는 데에는 싫음의 이유가 제일 컸지만 연차마다 나름 그때그때의 목표와 커리어 관리도 해왔다. 하지만, 광고를 하기 싫다고 생각한 적은 한번 도 없었다. 광고를 만드는 일이 나는 좋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20년을 하고 난 이제야 이 일이 싫어졌다. 20년 정도 해야 이 일은 질리는 일일까?

내가 끈기가 있는 편이었나? (아니다 나는 지구력이 약하다)

회사를 그만두게 된다면,

그럼 이제 뭘 해야 하지? 뭘 할 수 있지? 해야 하지 보다 이제 할 수 있는 게 없는 것 같다.

이제 나는 젊지 않다. 나이도 경력도 연봉도 무거워졌다.(많지 않아도 적지 않은 연봉이다. 25일마다 꼬박꼬박 들어오는 월급이 얼마나 큰 안정을 주는 나는 너무 잘 알고 있다) 돈도 돈이지만(돈이 제일 중요한가?) 노는 것도 놀아본 사람이 잘 논다고 대안이 없이 그만둔다면 분명 나는 금방 초조해질 것이다.(모두가 우쭈쭈 해주는 황금연차에도 쉬어 본 적이 없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는 불안함을 견디지 못할 것 같아 늘 옮길 곳을 다 정해 놓고 사표를 썼다) 대책 없이 무언가 저지르지 못하는 성격이다. (그 성격이 지금까지 회사를 다니게 했는지도)

그리고 내가 이 일이 진짜 싫어진 건 맞는지 정작 나는 무엇에 질린 건지 설마 아직도 구남친처럼 미련이라도 남은 건지 좋아하는데 좋아하지 않는 척하는 건지 나의 마음에도 확신도 없다. 혹 싫어진 게 맞다면 나는 이제 무엇을 해야 할지 나는 어떤 걸 하고 싶은지 이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그걸 나는 글로 써서 나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이 이야기는

단단히 편협한 한쪽만의 일방적 생각이 가득 담겨있고, 다분히 개인적이며 감정적인 입장이 가득하다. 혹시 업계의 어떤 종사자들에게 (특히 광고주) 분노를 일으킬 수 있으며, 어른스럽지 않고, 유치할 수 있으며, 과장법도 많이 있고, 혹은 사실이 아닌 부분도 있고, 진짜 사실인 부분도 있다. 게다가 정말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는 말인지 안 그만두고 싶다는 말인지, 망가진 광고계를 향한 비난인지 한풀이 인지 혹은 주변인들에 대한 뒷담화인지 흔한 직장인의 푸념인지 어리광인지 투덜인지 이랬다 저랬다 왔다 갔다 오락 가락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을 쓰려했던 건,

지금 나는 그만두기 위해서 혹은 그만두지 않기 위해

뭐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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