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티고개, 산 4번지

6. 놀이터

by 이 필

우리 마을은 놀이터가 따로 없었다. 산과 마을 전부가 아이들의 놀이터다. 마을이 산을 등지고 있어 아이들은 자연과 가까웠고, 사계절 변화를 온몸으로 느끼면서 놀았다. 시간이 많은 날에는 주로 산에서 놀았지만, 그 나머지는 마을 안에서 놀았다. 마을 중간쯤에 빈 공터가 있었는데, 마을 사람들끼리 이곳에는 집을 짓지 말기로 암암리에 약속한 듯이 남겨 두었다. 공터는 주로 마을행사나 남자아이들의 공차기하는 놀이터로 사용되었다. 여자아이들은 주로 골목이나 길모퉁이 좁은 공간 또는 집에서 놀았다.

산은 계절마다 새로운 모습으로 눈을 즐겁게도 하지만, 놀다가 배가 추출하면 열매도 주고, 신나는 놀이터가 되어주었다. 산에는 먹을거리가 풍부하여 나물, 칡 등을 캐러 다녔고, 계절마다 다양한 간식거리가 있어 산머루, 산딸기, 어름, 보리장나무 열매, 필기, 망개 등을 따서 먹었다. 어린아이들은 마을 언니, 오빠들을 따라다니며 어떤 것이 먹을 것인지, 못 먹을 것인지 배웠다. 뱀도 많았다. 겁 없는 오빠들은 뱀을 잡아 장난을 치며 놀렸다. 그때는 아무리 무섭고 싫어도 같이 놀아주지 않을까 봐 눈물을 삼키면서 따라다녔다. 언니, 오빠들의 놀이는 너무 재미있었다. 가끔, 자기네끼리 놀고 싶어 동생들을 따돌리고 숨어서 놀았다. 그들이 무엇을 하며 노는지? 궁금한 아이들은 첩보작전을 벌이며 찾아다녔다.

산에 있는 큰 바위는 남자아이들의 유격훈련장도 되지만, 여자아이들에게는 근사한 집이 되었다. 대부분 단층에 살기 때문에 높은 바위는 우리들의 로망인 여러 층이 있는 집이 되어 주었다. 바위에는 중간중간 사람이 앉을 수 있는 작은 공간이 있다. 이곳은 방이 되어 부모님 방, 오빠 방, 언니 방, 내방, 부엌, 거실, 1층, 2층, 3층···. 우리가 실제로 누리지 못하는 꿈의 세상이 펼쳐진다. 비스듬하게 뻗은 굵은 나무는 손을 데지 않고 타고 오르며 누가 높이 올라가는지 시합을 했다. 또, 수평으로 뻗어 있는 굵은 가지는 그네를 만들어 타기에 딱 좋았다. 노끈으로 두 줄을 길게 달고, 나무판자를 올려 앉거나 서서 탔다. 그러다 지치면 나무에 누워 쉬기도 했다.

여자아이들의 소꿉놀이 재료들은 자연에서 얻었다. 꽃잎과 풀잎들은 여자아이들의 소꿉놀이에 재료가 되어 음식을 만들었다. 돌들을 주워 화덕을 만들고 지푸라기를 넣어 불을 지핀다. 큰 조개껍데기를 솥으로 화덕에 올려 물을 붓고, 풀잎을 돌돌 말아 썰어서 넣으면 국수 요리가 된다. 모양이 제각각인 풀은 이름 붙이기에 따라 다양한 요리로 탈바꿈한다. 양념으로 붉은 돌은 고춧가루, 흰색 돌가루는 소금, 설탕으로 사용하였다.

계단식 마을은 비탈길이 많았고 평평한 길은 집들을 이어주는 좁은 길로 되어있다. 길 끝은 아랫집 뒷간으로 바로 연결되어 자칫 잘못하면 떨어지기 십상이다. 안전장치가 없는 놀이터는 위험이 구석구석 도사리고 있었다. 하루에도 여러 번 갑자기 아이 우는 소리가 ‘왱’하고 들리면, 그 주변에 있는 집 현관문이 확 열리면서 어른들이 맨발로 뛰어나온다. 아이가 놀다가 아래 집 뒷간에 떨어져 우는 소리다. 어른들은 놀면서 다치는 아이들을 보면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속상해서 그런지 “별나다 별나~뉘 집 아이가 저리 별나노~”라며 위로 보다는 핀잔 섞인 말을 한다. 행동이 어설픈 아이들이 더 많이 다친다. 아이들의 얼굴과 다리에 난 많은 상처가 그것을 말해준다. 술래잡기, 고무줄 뛰기, 숨바꼭질, 공기놀이, 다양한 소꿉놀이 등 종일 놀아도 시간이 부족했다.

아이들은 저녁 밥때가 되어 마을 구석구석 자신의 이름이 쩌렁쩌렁 울릴 때까지 놀았다. 아이들의 놀이는 해와 달이 지나도 지칠 줄 몰랐다.

작가의 이전글<대티고개, 산 4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