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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진 May 23. 2022

#1. 카페인 중독은 부록... 저는 바리스타입니다.

1. 대형 카페, 1년 목표로 입사했습니다.

막연히 시작했지만 쉽진 않았다... 그렇지만 재미있었다.




1. 대형 카페, 1년 목표로 입사했습니다.



커피를 좋아하니까 카페에서 일해볼까?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이력서를 넣었다.  바이러스가 한창이었던 시국이라 인원을 줄이던 시기였고 카페 취업 또한 쉽지는 않았다. 마지막으로 지원한 큰 카페에서 합격 연락을 받았다. 합격 통보를 받고는 더 이상 이력서를 넣지 않아도 된다는 기쁨에 마음속으로 안도했다. 기쁨에 젖어 앞으로 일어날 일들이 순탄하지 않을 거라는 걸 깨닫지 못한 채...




2. 카페의 핵심 인력 인간 식기세척기



3일의 교육을 마치고 드디어 새로 오픈하는 매장에 나를 포함 네 명의 동기가 같이 입사했다. 대형 쇼핑몰에 위치한 매장이었고 게다가 무려 오픈 매장...! 순간 망치를 세게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입사할 매장이 오픈 매장이다 보니 다른 매장에서 면접이 진행되었고 대략적인 위치만 들었던 터라... 이렇게 큰 쇼핑몰에 입점한 매장인 줄은 몰랐었다. 걱정은 현실이 되었고 정말 줄이 끊기지 않을 정도로 바빴다... 3일에 걸쳐 교육받긴 했지만 음료 제조를 아직 못하다 보니 도움이 되진 않았다. 한 일주일 동안은 거의 식기세척기 로봇이 된 것처럼 설거지만 했던 것 같다...


평소에도 카페를 많이 다니곤 하는데 고객의 입장에서 바라본 바리스타는 항상 멋져 보였다 음료를 제조하는 일 외에 숨 쉴 틈 없이 바빠 보이는 것까지도... 막상 카페에서 일을 해보니까...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 말이 있다. 왜 손님이 많지 않아도 숨 쉴 틈 없이 바빠 보였는지 이해가 가더라... 사실 카페 일의 핵심은 설거지다... 샷 잔, 스푼, 컵, 접시 등 도기들을 무한정으로 쓸 수 없기 때문에 몇백 잔이 되는 곳이 아니라면(테이크아웃 전문점 제외) 아무리 많은 잔의 음료를 만들어도 설거지를 못 한다면...? 카페는 돌아갈 수 없다고 생각한다. (본인이 설거지 오래 했다고 시위하는 거 아님...)

선임들한테 듣기로 설거지하러 온 게 아니라고 퇴사하는 신입들도 더러 있었다고 들었다.




3. 고객님과 마주하고 있는 바리스타는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입니다.



오픈 빨로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미어터졌던 매장은 시간이 흘러 평일과 주말의 차이가 생겼다. 그래도 여전히 주말은 숨 쉴 틈 없이 바빴고 오고 가는 고객이 많았던 만큼 특이하거나 무례한 고객들도 적지 않았다.


episode 1)


포스기 앞에서 주문하려는 고객이 다가온다


직원 안녕하세요~ 주문 도와드릴까요~?

고객 1 드립 커피 있어요?

직원 드립 커피는 한 가지 원두로만 준비되어있는데 괜찮으신가요?

고객 1 네

직원 드립은 내리는 시간 5분 정도 소요되시는데 괜찮으신가요?

고객 1 네


주문 완료 후 잠시 뒤...


고객 1 저기요! 내가 드립 커피를 주문했는데 이게 드립이에요?

직원 드립 커피로 준비해 드렸는데 어떤 것 때문에 그러세요?

고객 1 내가 카페 가면 드립 커피만 먹는 사람인데 이게 드립이야?! 이게 무슨 드립이야?!

직원 시간 괜찮으시면 다시 준비 도와드릴까요? 시간은 5분에서 10분 정도 소요되는데 괜찮으세요?

고객 1 왜 이렇게 오래 걸려요?

직원 죄송합니다 앞에 주문이 밀려있어서요

고개 1 됐어요!





Episode 2)


주말이나 공휴일은 항상 정신없지만 성수기였던 여름휴가 시기에 있었던 일이다


-음료 픽업대

여자 고객 2 저기요 음료 테이크아웃 잔으로 바꿔주세요(3분의 1 정도 남은 커피를 건네며)

직원 네~


유리잔에 있던 음료를 플라스틱 잔에 옮겨 담았고 드리려고 하니 어디로 가신 건지 고객이 안 보여서 픽업 대 가장자리에 올려놓고 새로 만든 음료를 올려놓고 진동 벨을 호출했다.

변경 요청한 손님을 기다리는 사이 뒤를 돌아 컵을 채우고 돌아왔는데 정면에 남자 고객이 황당해한 듯이 나를 바라본다.


픽업대를 살펴보니 새 음료가 없고 테이크아웃으로 변경하신 고객의 음료가 그대로 있는 걸 보니 새 음료를 가지고 가신 것 같았다... 새 음료의 주인 고객이 가져간 사람과 나를 번갈아 보고 계셨다.

나도 어이가 없었지만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새로 준비해 드린다고 말씀드렸다 바쁜 주말이었기에 음료는 밀릴 대로 밀렸고 오래 기다린 고객은 또 5~7분을 기다려야 했다. 



대략 5분 뒤


직원 기다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고객님~

남자 고객 아니에요~ 아까 그 여자 이상한 여자 아니에요??

직원 그러게요(웃음 터짐) 맛있게 드세요~

남자 고객 네 감사합니다~


바쁜 피크시간이 지나고 같이 있었던 직원들과 다시 이야기가 나와 얘기했는데 당시에는 덕분에 일이 꼬여 당황하고 화났지만 지나니 이런 일이 다 있냐고 웃기도 했다…….



episode 3)


이 일은 지금의 카페는 아니고 다른 개인 카페에서 시간제 근무로 일을 한때의 일이었다.

마감 때는 혼자 일하는 작은 카페였고 현재시간 9시 35분쯤 마감 30분 정도밖에 남지 않아 설거지와 마감 청소를 미리 하고 있을 때 손님 5~6분 정도가 문을 열고 들어오셨다.


홀 마감까지 30분 정도 남았다고 미리 말씀드렸고 한 분씩 오셔서 주문하시고 몇 분은 무리끼리 떠들기 바빠 보였고 주문이 채 끝나기도 전에 뒤에 계시던 중년 남성 고객이 오셔서는


중년 남자 고객 음료 안 만들고 뭐 해요?

직원 손님 아직 주문 다 말씀 안 해주셨습니다.

중년 남자 고객 받은 거 먼저 만들어야 할 거 아냐! 빨리 먹고 나가라며!?

직원 (화가 올라왔지만) 나머지 두 분도 메뉴 말씀해주시면 결제하고 제조해드릴게요


우여곡절 끝에 주문을 다 하셔 음료를 만드는데 6가지 음료 모두 다른 메뉴여서 5~7분 정도는 걸리는데 중간중간 남자 손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중년 남자 고객 20분밖에 안 남았는데 언제 나오는 거야?! 빨리 줘야 빨리 먹고 갈 거 아니야 xx


대꾸할 기운도 없어서 빨리 음료를 만들어 보내 버렸고 일행 중 누구 하나 말리는 분도 없었다. 사실 너무 무례한 발언에 받아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혹은 카페가 피해를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손님이 다 가고 나서 화를 삭였다…….


“내 가게가 아니다……. 나는 직원이다…….  

xx ” 





4. 두려운 점심 피크, 때로는 나도 점심시간 일정한 회사원이 되고 싶어요.…….



12시 - 1시 평일에도 주말만큼 바쁜 피크시간이다. 근처 회사원들과 쇼핑몰 직원들의 점심시간대 즈음이라 그 시간대는 우리도 오픈 직원 둘 혹은 셋이기 때문에 그들만의 리그를 치른다…….

만약 이 바쁜 피크시간에 와중에 실수라도 한다면 나는 식사 타임을 자책으로 채웠으며 사소한 것에도 자책하는 습관이 나를 괴롭혔다…….


그러다 좀 덜 바빠 여유가 있을 때는 이런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자주 오는 회사원들을 볼 때면 목에 걸려있는 사원증이 항상 눈에 들어왔다 나름대로 카페 일을 만족하면서 하고 있지만 가끔은 나도 점심시간 일정한 회사원이 되어 직원이 만들어주는 커피가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저회사원들과 나사이에는 묘한 선이 있는 것 같이 공허할 때가 있다 물론 항상 그렇다는 건 아니다 나름대로 만족하며 하고 있는 일이라는 생각에 잡생각을 던져버리곤 한다 왜냐면 그시간에 빨리 다음 음료 만들어야 하거든...


피크타임이 끝나고 상황 봐서 식사 타임을 교대로 갖는데 휴식할 때는 1평 정도 되는 캐비닛이 있는 공간에 13인치 노트북이 겨우 들어가는 사이즈의 테이블도 있었다. 처음엔 너무 좁은 거 아닌가 싶었는데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우리는 그곳에서 밥도 먹고 밥보다 잠이 더 고플 때는 엎드려 잠을 청하거나 음료로 때우기도 한다.


 그래도 마감을 위해 식사는 거의 거르지 않고 챙겨 먹었던 것 같다. 아직도 기억나는 게 나의 주식은 모두가 알만한 브랜드의 그냥 햄버거였는데 내가 있는 지점이 정말 맛있었다 아직도 여기만큼 맛있는 곳이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크리스x 버거 패티에 입천장 데인적 처음이야' 라고 말한 동료의 말이 기억난다.




5. 내가 생각하는 카페의 최고 복지 커피 무한 수혈



입사 초기에는(물론 현재는 아메리카노만 마시지만) 라테, 프라푸치노, 초콜릿, 에스프레소 등 일하는 동안 다양하게 메뉴를 먹었다(카페마다 다르지만 내가 있는 매장은 일하는 동안 원하는 만큼 음료를 마실 수 있었다) 내가 가장 만족하는 복리후생이었다. 

요즘은 커피 한 잔 가격이 가벼운 금액은 아니기에 또한 '카페에서 일하는데 또 카페에 가?'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았다.(대표적인 예로 우리 엄마) 그런데도 커피는 즐거운 것 없는 나의 하루에 유일한 낙이기에 쉬는 날이면 주저 없이 카페로 향하곤 한다. (부록으로 무임승차한 카페인 중독 현상일 수도...) 


현대사회에서 많은 사람이 이런저런 연유로 식사를 마치면 자연스레 카페로 향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지금은 여러 가지 이유로 정들었던 카페와 퇴사를 한 상태이지만 지금 생각해도 나는 카페에서 일했던 경험은 힘들었지만 값진 경험이었다. 사실 기회가 되면 조금 덜 바쁜 카페에서도 일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아직 있다. 카페 또한 서비스직이기 때문에 남들 쉬는 공휴일, 주말에 더 바쁘게 일해야 하고 새해나 연휴에도 나와서 일을 해야 하는 단점이 크게 다가올 때는 서러울 때도 있지만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추천할 만큼 메리트 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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