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언젠가 게시했던 내용이며 꽤 오래전에 썼던 내용이지만, 다시 쓰기.
20대 중후반 즈음, 아날로그에 꽂혔다. 특별한 계기 없이, 그저 어느 날 ‘아날로그!’라며 꽂혀버렸다.
그 결과, 가능하면 자동차를 이용하지 않았고,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 사용을 중단했다. 티브이 시청이나 라디오 청취 대신 책으로 돌아왔고, 어쩔 수 없이 핸드폰은 사용하지만 문자 대신 전화 통화로 바꿨다. 꽤 많은 불편을 감수해야 했지만, 이것은 할 수 있는 한 최대치의 아날로그로 회귀하기 위해 충분히 치를 만한 값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한두 달이 지났을 무렵, 당시 활동 중이던 밴드의 합주를 위해 일렉기타를 잡고 앰프에 전원을 켜며 내가 얼마나 아이러니한 행위를 하고 있는지 깨닫고 바로 중단. 릴 테입에 원 테이크로 녹음할 것도 아니면서, 당시 내게는 가장 중요했던 그것에는 컴퓨터부터 온갖 디지털 범벅을 하며 아날로그 추구라니... 일종의 반항, 20대의 허세였다.
지금도 아날로그가 좋다고 말하긴 하지만, 이건 아날로그를 추구함, 디지털을 배척함과는 다르다.
그저 노스탤지어, 나의 취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