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 창작의 대변혁들
대중음악 창작 영역 최초의 대변혁은 녹음기의 발명이었을 것.
이후 맞이한 변혁은 바로 오버더빙 기술의 등장.
이전까지는 모든 파트가 모여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에 녹음해야 했던 것이, 오버더빙 기술의 등장으로 인해 한 명씩 따로 녹음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만 따로 녹음할 수 있게 바뀌었다. 그 결과 더 높은 수준의 결과물을 만들 수 있게 되었음은 물론, 제작 과정에서 늘 문제가 되었던 시간과 공간의 상당한 제약에서도 해방됐다. (여담. 한참 뒤 이러한 방식에 대한 반발로 모든 파트가 모여 릴 테입에 원 테이크 녹음하는 것을 추구하는 음악인들도 등장하는데, 그들의 음악을 듣는 것도 즐거움. 우리나라 뮤지션으로는 로맨틱 소울 오케스트라 추천)
오버더빙 기술 덕에 이제 음악은 ‘찰나의 예술’이 아닐 수 있었다. 수정 가능하고, 더블링을 포함한 여러 작업이 가능한, 기술로 다룰 수 있는 흡사 물질과도 같은 성질을 얻었다. 그야말로 대변혁. (스펙터 사운드 추천)
이후의 대변혁은 MIDI의 등장.
직접 눈앞에서 보고 들어야 하던 음악이 모두가 한 방에 모여 한 번에 녹음하는 것으로 바뀌고, 찰나가 아닌 고정된 물질처럼 다룰 수 있는 것으로 바뀌더니, MIDI의 등장으로 굳이 사람이 직접 연주하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바뀌었다. 주어진 악보대로 연주하더라도 여하튼 각각의 개성이 묻어나는, 모두의 총합이던 음악은 연주할 수 없는 한 명이 만들 수 있게 됐다. 나아가, 보다 혁신적인 기술의 등장 덕에 단순히 시간과 공간의 제약에서 벗어난 정도를 넘어선 수준의 홈레코딩 시대가 열렸다. 가상악기를 이용해 집에서도 완성된 곡을 만들 수 있게 됐고, 역시 가상의 툴을 이용해 믹싱과 마스터링까지 가능해졌다. (다만 아직까지 질 좋은 하드웨어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하는 것 같고, 때문에 나는 ‘적어도 믹스 마스터는 좋은 장비 있는 녹음실에서 훌륭한 기사님께 돈 들여 맡기는 것을 추천. 가능하면 녹음도 녹음실에서)
이제 다음 대변혁의 시기가 온 것 같다.
이제는 단순히 도구의 편리에 따른 변화를 넘어선, 창작의 본질을 뒤흔드는 대변혁의 시대. AI가 곡을 생성해 주는 시대가 오려나 보다.
드럼 마이킹을 어찌해야 할지, 앰비언스를 위해 스튜디오 복도에도 마이킹을 했다던데 그걸 어떤 식으로 시도해 볼지, 이 곡에는 소노가 나을지 메이플 커스텀이 나을지, 로즈스틱이 적절할지, 이 정도 구성에서 제1 바이올린 패닝은 어느 정도가 좋을지부터, 여기서 좀 더 달빛 같은 느낌을 주고 싶은데 텐션으로 어떤 노트가 적절할지, 여기서 보컬 더블링을 칠지 말지, 기타 스트럼을 어떻게 하는 것이 자연스러울지, 현악 사중주만 리얼로 받고 나머지는 미디로 처리할지 아니면 모두 그냥 패드처럼 쓸지, 싸비에서 세 번 반복하는 저 부분을 두 번으로 줄일지 말지, 인털루드의 노트 세 개를 어쩌면 좋을지 등 수많은 결정에 들어가는 시간과 노력 끝에 나오던 결과물을 쉽고 저렴하게 생성할 수 있는 시대가 오나 보다.
처음 대변혁의 시대 이전에, 당연히 모두가 직접 연주하고 한 번에 녹음하던 그 시대의 음악가가 볼 때 앞으로 도래할 시대의 생산 과정은 창작으로 보이지 않을 것 같다. 한편, 지금의 생산 과정도 창작으로 보이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일 지도.
음악을 만드는 이가 연주 하나 제대로 못한다니, 직접 연주하지 않고 프로그램에게 맡긴다니, 녹음을 끊어서 한다니, 찰나의 예술인 음악을 시간이 고정된 물건처럼 다룬다니 등등의 이유로 지금의 보통 작업 방식도 창작이라 이해하지 못할 수도. (사실, 미디와 홈레코딩의 시대 초반, 이전 시대의 말미에 걸쳐있는 나 역시, 샘플을 시퀀서로 편집하여 붙이는 것을 창작 과정으로 받아들이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다)
반대로, 먼 미래에 작곡가라 불리는 어떤 이는 지금의 작업 방식을 보며 노스탤지어를 느낄 수도 있겠다. “예전에는 저 많은 것들을 굳이 직접 결정하고 직접 찍고 직접 편집하는 고생을 감수했다. 나는 옛 방식을 시도하겠다.”라며.
‘아이디어’라는 알맹이를 제외하면, 완성된 음악을 만드는 방식은 각각의 변혁 이전과 이후 파격적으로 달라졌다. 그리고 이번에도 파격적으로 달라질 것 같다.
기술의 발전 덕에 갈수록 지식, 장비 등 시간과 비용이 필요한 부분의 역할이 줄어들더니 이제는 급기야 지식, 스킬, 장비가 전혀 없어도 만들어 낼 수 있는 단계를 보고 있다. 개인에게는 상당한 고민과 선택이었던 것이, 그 어떤 개인보다 수많은 레퍼런스를 종합하여 분석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불과 몇 분 내에 내놓는 적합한 결괏값으로 대치될 수 있는 단계를 보고 있다. 이미 충분히 파격적으로 느껴지는데, 이게 아직 초기 단계란다.
각각의 대변혁 이후 음악가라는 단어의 범위가 달라진 것처럼, 이번 대변혁 이후에도 음악가 또는 창작자라는 단어의 사회적 정의가 바뀌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