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초 제조업자의 탄원서.
“조명 제조와 관련이 있는 업자들로부터, 고명하시고 존경하옵는 하원의원님들께.
의원님들.
우리는 지금까지 빛(light)을 생산하기 위해 우리보다 월등히 좋은 조건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 한 외국의 경쟁자와 피 말리는 싸움을 하느라 온갖 고초를 다 겪고 있습니다. 그는 정말 믿기지 않는 엄청 저렴한 가격으로 국내 빛 시장을 휩쓸고 있습니다. 이 경쟁자는 다름 아닌 태양(sun)입니다.
우리는 이 경쟁자로부터 국내 빛 제조업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한 가지 법안을 통과시켜 주실 것을 부탁드리는 바입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각 가정이나 건물의 모든 창문, 지붕창, 채광창, 집 안팎의 덧문, 커튼, 여닫이창, 채광을 위한 둥근 창(bull's eyes), 현창 그리고 블라인드 등, 간단히 말해 빛이 새어 들어올 만한 모든 문과 창문, 구멍, 틈새, 그리고 균열을 닫거나 막도록 하는 법안입니다.
이렇게 자연광이 집안이나 건물 안으로 새어 들어오는 것을 가능한 차단할 수 있다면, 인공광에 대한 수요를 창출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우리 프랑스의 산업은 더욱 번성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인공광을 생산하기 위해 수지(獸脂)를 소비할수록, 소와 양에 대한 수요도 덩달아 늘어날 것입니다.“
정치경제학자 클로드 프레데릭 바스티아가 1840년대에 쓴 글.(‘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에서 발췌)
결은 조금 다르지만, 우스꽝스러운 보호 해프닝을 보고 있노라니 이 글이 생각났다.
편의점, 방송국, 교통, 증권사, 공장, 대리운전 업체 등등 각계각층에서 자기 이익을 위해 새벽에도 근무하는 이들의 근무를 금지하자. 나아가, 아침형 인간이 아닌 새벽형 인간이나 야간형 인간들은 인간의 가치를 훼손시키므로 강력히 처벌하자.
제도를 정비하고, 업체를 감독하고, 그래도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 법률에 따라 처벌해야지, 노동을 금지해서야. 이는 무려 200여 년 전, 양초를 사용하던 시대에 어울릴 이야기 아닌가.
한편, 새벽배송 근무 중인 기사님들 중 90%가 새벽배송 금지에 반대하신다는 기사를 봤다. 현장에서 근무하는 이들의 의견조차 제대로 청취하지 않고, 나아가 그들을 설득하지 않고, 대뜸 우리가 뜻을 품었으니 너희근로자들은 따르라는 식으로 금지를 주장하는 것이야말로 근로자를 무지몽매한 이들 취급하는 잘못된 태도 아닐까.
기업가를 옹호할 생각은 없지만 근로자 위에 군림하는 기업가들은 돈이라도 주는데, 근로자 위에 군림하며 돈 벌 기회까지 뺏으려 드는 이들은 어떻게 봐야 할지. 새벽배송 기사님들을 위한다는 미명하에 그들을 자기 앞가림도 못하는 심신미약자 취급하고 있는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