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기

초등학생 현장체험학습 사고

예기치 못한 사고에 대한 처벌이라는 주장에 대하여

by stay gold


예기치 못한 사고란 사회통념상 예측 불가능한 범위의 사고, 예컨대 아이가 보행 신호에 횡단보도를 건너는 중 신호위반 차량에 충격하는 것과 같은 사고가 예기치 못한 사고이다. 인솔자가 인솔자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주의의무를 일부 지키지 않아 발생한 사고는 예기치 못한 사고가 아니다.


아이의 신발 끈이 풀린 것은 예기치 못한 일이지만, 신발 끈을 묶느라 낙오된 아이를 챙기지 못한 것은 주의의무 위반이다. 시야를 방해하는 장해물이 있었다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상황에서 아이를 인솔하는 전문인으로서의 주의의무 위반에 대하여 책임을 물은 것을 두고 ‘예기치 못한 사건에도 책임을 묻다니, 이건 잘못됨’이라 호도하는 것은 소위 물타기 아닌가.


나아가, ‘전적으로 인솔자에게 책임을 물었다’라며 따지는 것은 더더욱 물타기. 아이를 충격한 가해차량 운전자에게 보다 직접적인 책임을 물었다.


이 사고가 예기치 못한 사고가 아닌데 ‘예기치 못한 사고에도 책임을 묻는 것은 잘못’이라 말하고, 이 사고 인솔자에게 모든 책임을 물은 것이 아닌데 ‘교사에게 모든 책임을 물었다‘라고 말한다. ’A는 B이다‘라는 결론을 비틀어 ’C는 B라니, 너무 한 것‘이라 말하는 셈.


학교에서 발생하는 예기치 못한 사고 모두 교사 책임이냐는 반발은 말하자면 허수아비를 세워놓고 발끈하는 것. 보행 신호에 횡단보도 건너는 중 신호위반한 차량에 피해를 당한 것이었으면, 단어 그대로 예기치 못한 사고였으면 당연히 인솔자의 책임은 없었을 것.


이 사고는 이동 중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으면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던 사고이다. 인솔자의 주의의무 위반과 가해차량 운전자의 보다 직접적인 주의의무 위반으로 발생한 사고이다. 무조건 인솔자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라, 인솔자에게 일부 책임을 물어야 할 사고이므로 책임을 물은 것.


한편, 산업현장에서 발생한 근로자의 재해와 비교해 생각하면, 흡사 트롤리 딜레마에서 드러나는 아이러니처럼 느껴지기도.


고용인 측의 약간의 주의의무 위반으로 인해 발생한 산업현장 사고에 대하여는 피재자에게 공감하여 고용인을 처벌하자는 목소리가 높은데, 전문인인 인솔자의 주의의무 위반에 대하여는 관대하다니. 산업현장에서든 체험학습 현장에서든 책임자의 주의의무 위반 사실이 있다면, 업무상 과실치사인 것은 마찬가지다.


산업현장에서 발생한 근로자의 재해와 비교해 생각하면, 흡사 트롤리 딜레마에서 드러나는 아이러니처럼 느껴지기도.


고용인 측의 약간의 주의의무 위반으로 인해 발생한 산업현장 사고에 대하여는 피재자에게 공감하여 고용인을 처벌하자는 목소리가 높은데, 전문인인 인솔자의 주의의무 위반에 대하여는 관대하다니. 산업현장에서든 체험학습 현장에서든 책임자의 주의의무 위반 사실이 있다면, 업무상 과실치사인 것은 마찬가지다.


한편, 열악한 상황이라는 구조적 문제가 일부 작용했다 볼 여지가 있으므로 안타깝다는 의견에는 동의한다. 정말 열악한 상황이라면 이를 바꿔갈 수 있기를 응원한다. 하지만, 전적으로 구조적 문제 탓이므로 이 사건 인솔자에게는 책임 없음이라는 말에는 동의할 수 없다. 일부 주의의무 위반의 책임은 있으므로.


이러한 책임과 사망이라는 참담한 결과를 생각하면, 선고유예 결정은 적극적인 정상 참작으로 충분히 선처한 것 아닌가.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가해자의 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