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기

쉬운 글, 어려운 글.

좋은 글, 나쁜 글.

by stay gold



쉬운 글은 좋은 글이고, 어려운 글은 나쁜 글인가?

만약 그렇다면, 수많은 명저들은 모두 나쁜 글이다.


허영심, 과시욕으로 뻔한 문장을 잔뜩 꾸민 글은 어려운 글이 아니라 난잡한 글. 어려운 글은 단어 그대로 쉽지 않은 글인데, 허영심이나 과시욕 정도로는 어려운 글을 쓰고 싶어도 쓸 수 없다.


읽는 이의 충분한 배경지식을 가정하고 축약한 내용, 추상적인 개념들을 복잡하게 다루는 내용들은 필수불가결하게 어렵다. 대학 수업의 내용들이 어렵고, 대학원은 더 어렵고, 박사 과정은 더욱더 어려운 것처럼, 어려운 내용을 담으면 어려운 글이 될 수밖에 없다.


뭐, ”쉽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라는 아인슈타인의 명언을 들며 세계 최고의 천재도 쉬워야 함을 강조했다 반박할 수 있지만, 그런 아인슈타인의 논문은 발표 당시 이해하는 이가 손에 꼽을 정도로 어려웠으며, 그가 쉬운 설명이라며 들었던 예는 그의 이론의 특징을 묘사한 유머에 가까웠다.


어려운 내용을 담은 어려운 글을 두고 쉽지 않으므로 나쁜 글이라 할 수 없다. 글 자체의 완성도로 좋고 나쁨을 따져야지, 읽는 이가 느끼기에 어렵냐 쉽냐로 좋고 나쁨을 따질 것이 아니다.


뭐, 어려운 내용을 담은 쉬운 글이 있으면 더욱 좋겠지만, 그런 글은 실제로 존재하기 어려운 판타지 같은 것. 어려운 내용을 담은 쉬운 글보다 어렵게 느꼈던 글을 쉽게 느끼는, 읽는 이의 상태 변화가 훨씬 현실적이다.


쉬운 글이라고 좋은 것도 아니다. 단순한 글은 쉽다. 단순함은 미덕일 때도 있지만, 경우에 따라 부족함일 수 있다.


이와 같은 이유로 흠칫하게 된다.

난잡한 글과 단순한 글의 좋고 나쁨을 비교하는 것이라면 모를까, 어려운 글과 쉬운 글을 좋고 나쁨으로 평가하는 것을 보면.


누군가의 어렵고 좋은 글을 읽으며 생각의 소재 얻기. 이것이 내가 바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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