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소녀
윤동주 님 덕에 조지훈 님의 시를 가장 좋아하게 됐다.
중학교 입학 즈음으로 기억한다. 무슨 바람이 불었던 것인지 집에 오는 길에 작은 서점에 들러 대뜸 시집을 한 권 샀다. 서점 사장님께 추천을 부탁해 가장 유명한 시인이라는 윤동주 님의 시집을 샀던 것 같다.
집에 돌아와 시집을 읽겠다며 펼치니 어머니께서 많이 놀라셨다. 그도 그럴 것이, 책을 읽는 것은 제법 좋아했지만 그렇다고 시를 읽거나 쓰는 유형은 아닌, 그야말로 딱 그 또래의 남학생이었던 아들이 갑자기 시집을 펼치고 있으니 당황하셨을 것. 잠시 놀란 기색을 보이시던 어머니께서는 이내 윤동주 님의 유명한 시 몇 편을 읊어주셨다.
그때 처음 만났다. 내내 엄마였던 어머니가 아닌, 시를 읽고 외는 소녀인 어머니를.
윤동주 님의 시 몇 번을 읊어주신 뒤 당신께서 가장 좋아하는 시를 알려주시겠다며 새로 산 시집 여백에 써 주신 조지훈 님의 ‘사모’.
그렇게 물려받은 시는, 지금도 가장 좋아하는 시로 남아있다.
덕분에 종종 다시 쓰곤 하는 시, ‘사모’.
그런데...
혹시 사모님이 되고 싶어 사모를 외우셨던 것은...
다음번에 부모님 댁 다녀올 때에는 아직 외우고 계신지 테스트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