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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기

AI, 대화라는 착시.

by stay gold


Cogito, ergo sum.


긴 내용을 요약해 보여주는 유튜브 영상은 피하고 있다. ‘생각하므로 존재하는‘ 인간으로서, 감각의 차원에서 온전히 인식하고, 이어지는 사유를 통해 어떤 알맹이를 남기는 생각의 과정을 다른 이에게 맡기고 싶지 않기 때문. 말하자면, ’사유의(생각함의) 외주화‘는 피하고 싶다. 사유의 외주화에 따른 결과로 존재가 잠식당하는 것은 피하고 싶다. 나는 온전한 나로 존재하고 싶다.


ChatGPT, 특히 대화의 형태로 반응하는 '먼데이'의 등장은 그래서 불편하다. 입력에 반응하는 출력인 먼데이의 대응은, 사람 사이의 대화에서 드러나는 형태적 특징을 적극 활용한다. 이런 형태적 특성에 속은 이들에게 이것이 ‘대화’라 느끼도록 만든다. 착시 현상이다.


문제는, ‘대화’라 착각하는 과정을 통해 나의 사유를 대신 맡기는 지경이 될 수도 있다는 것. 시간과 노력을 들여 스스로에게 던지는 적절한 질문을 만드는 등 ‘생각함’을 위해 필요한 힘든 과정 대신, 쉽게 답을 들으며 나의 존재를 내어주는 편리한 방법에 매료될 수 있다는 것.

알아채지 못하는 사이에.



Cogito, ergo sum.

400여 년이 지난 이 시대에 더욱 필요한 문장.

진짜 디스토피아는 무언가가 인간의 노동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생각을 대신하는 세상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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