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일기

나이 듦.

by stay gold


나이 듦

어서 마흔 즈음이 되고 싶었다. 한두 가닥 흰머리가 보이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나도 아는 것 같은데,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려서 아직'이라는 이유로 배척당한다는 느낌이 들 때마다 어서 나이가 들고 싶었다. ​나이 듦에 대한 첫인상이 이러한 까닭인지, ‘어려서 아직'이라는 이야기를 들을 일 없어진 지 오래인 지금도 여전히 나이 듦이 반갑다.


잘 늙을 수만 있다면 젊음보다는 늙음이 좋다. 풋풋한 젊음보다 농익은 늙음이 좋다. ​옹졸함, 구차함, 찌질함, 껄떡거림, 안주함, 착각함, 당연시함 등등이 세월의 그림자에 숨어 함께 달라붙을까, 그것이 염려스러울 뿐.



나이 듦

청춘을 떠오르는 태양에 비유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나이 듦은 지는 태양으로 볼 수도 있을 것. 태양이 질 땐 달이 뜨니, 나이 듦은 떠오르는 달이기도 하다.


태양처럼 이글거림이 아닌 달빛 같은 은은함으로,

두근거림이 아닌 차분함으로,

정열의 열기가 지난 뒤 미열의 온기가 남은 어느 날.


좋다.

참 좋다.

나이 듦이라는 글도 하나 남길 수 있으니 더욱 좋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