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외 테이블에 앉아 빗소리를 구경하며 마시는 커피, 점점 식어간다. 조금씩 차가워지며 향긋함과 고소함은 사라지고, 밋밋함과 씁쓸함, 떫은맛이 느껴진다.
그렇다고 커피를 탓할 것은 아니다. 쌀쌀한 계절을 탓할 일도 아니다. 굳이 잘못을 찾아야겠다면, 야외 테이블을 선택한 나의 잘못. 실내였더라면 조금 나았을 것이다. 커피와 나, 우리를 둘러싼 공기가 좀 더 따스했더라면, 그런 곳을 선택했더라면 나았을 것이다. 다 식어버리기 전에 모두 마셨을지도 모를 일이다.
사실, 식어버린 커피가 아쉽지는 않다. 향긋함과 고소함의 자리를 차지한 밋밋함과 씁쓸함, 떫은맛까지 마시는 것이 커피를 마시는 것. 뜨거움이 가신 뒤의 온도를 담담히 넘기는 것, 이것이 커피의 전부를 마시는 것 아니던가. 전부를 마시는 것이 아쉬울 까닭은 없다. 오히려 고마울 일.
고마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