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만능주의
물질 만능주의만큼 마음 만능주의가 싫다.
물론, 형편에 따라 어쩔 수 없는 경우도 있다. 그런 상황, 그런 진심까지 폄훼하려는 것은 아니다. 할 수 있는 것이 마음뿐인 상황까지 비판할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적당히 갖춘 이가 참사로 가족을 잃어 힘들 유족들을 생각하니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면서 곳곳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는 한 번도 다녀오지 않고, 힘든 처지의 아이들이 안타깝다며 단 돈 만 원도 기부하지 않는 것은 이상하다. 친구들과의 약속은 참석하지만 분향소에 다녀올 시간은 없고, 취미를 위해 십만 원은 쓰지만 그 아이들을 위해 조금도 쓰지 않는 것은 모순적이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선에서 충분한 조의금이나 축의금, 기부금 등을 내는 것에는 인색하게 굴며 입으로만 슬프다, 기쁘다, 안타깝다, 축하한다 말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
너무 슬프고, 너무 기뻐 도저히 참을 수 없을 정도이지만 내 돈 들이는 것은 아까운 그런 상태라면 어쩌면 정말 기쁘고 슬픈 것이 아닐 수도 있다. 한껏 마음을 늘어놓지만 내 돈, 내 시간, 내 노력을 들이는 것에는 머뭇거린다면, 정말 그 일에 대하여 슬프고 기쁘고 축하하는 것일까, 아니면 그 일에 대하여 ‘슬프고 기쁘고 축하하는 나’를 보이고 싶은 것일까.
마음만 보내는 것보다 물질만 보내는 것이 오히려 더 큰 마음을 담기도 한다. 실천 없는 마음의 적극적 표현은, 마음 없는 소극적 실천보다 무의미할 수 있다. 말뿐인 공감은 때로는 무관심보다 차가울 수 있다.
마음은 물질과 행동을 모두 아우르는 만능열쇠가 아니다. 진짜 마음은 입술보다 지갑과 발걸음에 먼저 깃드는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