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죽음.

죽음보다 더한 것.

by stay gold



맞은편 아파트 현관 옆 화단 앞에 사람들이 모여있다. 웅성웅성 사람들 사이로 구급대원께서 하얀 천에 덮인 들것을 나른다. 자세히 보니 경찰도 몇 명 보인다. 사람들 틈에 끼어들어 무슨 일인지 물어보는 것은 내키지 않는 일. 매일 똑같은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사는 내가 재미있다며 말을 건네시곤 하셨던 편의점 사장님께 무슨 일인지 여쭤봤다.


정신질환이 있던 10층 주민이 뛰어내렸고, 현관 옆 화단에 떨어졌으며, 화단의 경계석에 머리를 부딪혀 사망했단다. 내가 침대에서 벗어나 간단히 세수를 하고 편한 옷을 입는 사이, 맞은편 아파트의 누군가는 치열한 삶의 마지막 행위로 추락을 선택했고, 실행했다. 죽었다.


놀랍지 않았다.

죽음을 목격하는 것에 익숙한 것도 아닌데, 별로 놀랍지 않았다. 죽음이 삶과는 전혀 다른 특별한 지점에 있다고 생각하는 듯한, 흡사 영원불멸의 삶을 살 것처럼 생각하는 듯한 모습이 의아했던 터, 누구에게나 반드시 찾아오는 죽음을 하나 목격한 것은 그리 놀랍지 않았다. 안타까웠지만, 이는 놀라움과는 다른 감정.


두렵지도 않았다.

에피쿠로스가 죽음에 대하여 말했던 것을 생각하면, 죽음이 두려울 까닭은 없다.


불쾌할 것도 없다.

탄생한 모든 생명이 반드시 겪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집으로 돌아와 한참 시간을 보내다 허기가 느껴져 다시 밖으로 나선 오후. 추락의 흔적이 모두 사라지지 않은 그곳에서 공놀이를 하는 아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화단으로 공이 사라지자 조그만 녀석 하나가 잽싸게 공을 주우러 쫓아간다.


발 밑을 바라봤다.

그래, 여기서도 과거의 언젠가 어느 죽음이 있었겠지. 특별하지 않은 어느 죽음 위에 발을 딛고 있는 것이겠지. 달리 놀라울 것도, 불쾌할 것도, 두려울 것도 없다. 인간은 누구나 죽는다. 그동안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인간이, 무수히 많은 생명이 당연히 죽었다.


나온 김에 아이스크림을 사기 위해 편의점에 들렀다. 편의점 사장님께서는 나를 붙잡고 다시 그 얘기다. 우울증이 있었다더라, 같이 지내는 가족들이 자리를 비운 틈이었다더라, 편의점에도 종종 왔었는데 혹시 본 적 있지 않느냐 등등, 그새 살이 붙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쏟아내신다.


때마침 편의점에 들어오신 머리가 희끗한 아주머니께서 사장님의 이야기를 들으시더니 대뜸 호통을 치신다.


“괜히 소문나면 집값 떨어지니 그런 말 하지 말아요.“




아주머니의 말과 표정과 눈빛은 놀랍고, 두렵고, 불쾌하다. 안타까웠던 누군가의 죽음보다 더 놀랍고, 두렵고, 불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