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리는 손으로부터.
시원한 메밀국수에 빠졌다. 메밀국수 한 그릇과 갓 쪄낸 얇은 피 만두 한 판의 맛이 일품인 동네 가게 덕.
어느 주말 저녁.
몇 번 들른 적 있다고 익숙한 티를 내며 가게 한쪽에 앉아 메뉴도 보지 않고 메밀국수와 만두 한 판을 주문한 뒤, 짐짓 여유를 부리며 잠시 가게를 둘러봤다.
왁자지껄 아이들과 함께 식사 중인 단란한 가족, 앳된 티가 감춰지지 않는 귀여운 커플의 예쁜 모습을 지나, 문득 눈에 들어온 낯선 조합.
거동이 불편해 보이는 할아버지 한 분과 50대 남짓으로 보이는 중년 남성이 마주 보고 앉아 있었다. 아버지의 건강을 염려하는 중년의 아들과 괜찮다며 안심시키는 노년의 아버지. 주문한 메뉴가 나올 때까지 딱히 할 것도 없는 데다 괜히 솔깃해져, 조심스레 그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아버지의 건강에 대하여 이야기를 이어가던 부자의 대화가 잦아들 무렵. 입가를 훔치기 위해 한 손에 쥐고 있던 휴지를 테이블에 내려놓은 할아버지께서는, 떨리는 손으로 식사하시느라 바닥에 흘린 국수를 손으로 집어 들어 치우기 시작하셨다. 아들도 자리를 옮겨 아버지의 수고를 도왔다. 마지막 가닥까지 모두 치우신 뒤 테이블 위에 놓인 휴지까지 말끔하게 정리하고 일어서시는 모습을 볼 즈음, 주문했던 메밀국수와 만두가 나왔다.
메밀국수와 만두를 앞에 놓고 한참을 가만히 앉아 가게 문을 열고 나서는 부자의 뒷모습을 눈으로 좇았다. 눈을 뗄 수 없었다.
할아버지의 그 행동 하나에서 그분이 살아온 삶, 아들에게 가르친 것들, 그리고 이어지는 아들의 삶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듯하여 한동안 젓가락을 들지 못했다.
어쩌면 좋은 삶은, 훌륭한 삶은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떨리는 손으로 떨어진 국수 가닥을 애써 치우시던 그 모습이 제법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