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아감에 닿음.

수영으로부터.

by stay gold




수영


한때 수영에 깊이 빠졌었다.


어느 날 갑자기 ‘멋지게 수영하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초등학교(사실은 국민학교) 때 4대 영법을 모두 익혔지만, 30여 년 지나는 동안 폼이 엉망이 됐다. 마침 시간 사치를 부릴 수 있는 시기를 맞아 두 달 즈음 업무를 중단하고 매주 두 번의 개인 레슨, 일주일 내내 하루 두 시간 이상 자유 수영에 몰두했다.


그 정도로 몰두했던 이유는 두 가지.

첫째, 자유형(ti swim) 팔 꺾기 각도를 완성하고 싶었고, 둘째, 접영 리커버리 양쪽 팔 각도를 일치시키고 싶었다.

레슨 선생님께 부탁해 동영상 촬영 후 영상을 보며 조금씩 고치기도 하고, 사람이 없는 시간에 맞춰 빈 레인에서 홀로 동영상을 찍고 모니터링하며 고치기도 했다. 관련 영상을 찾아보고, 거울을 보며 매일 자세를 교정했다.



닿음

대회 나갈 것도 아니고, 선수도 아닌데 왜 그렇게까지 하느냐는 말도 들었다.

대회를 준비하거나 선수가 아니더라도 이런 것들에 몰입할 수 있으며, 은전 한 닢처럼, 이유 없이 그저 닿고 싶은 것도 인간의 욕망 중 하나라고 길게 답하는 대신 ‘그러게...’라고 얼버무리곤 했다.




나아감에 닿음

은연중에 승리를 강조하는 자기 개발(계발) 독려 문장을 종종 본다. 성공이니 행복이니 하는 목적지에 닿기 위해 반드시 무엇을 어찌해야 한다는 이야기들도 보고 듣는다.


그런 문장을 말하거나 좇는 이들은 때로는 목적지에 닿기 위한 필요가 아닌 열망 그 자체가, 더 큰 동력이 되거나 순수한 형태의 몰입을 가능케 함을 알고 있을까.

그런 순간을 만끽해 보거나, 그 가능성을 상상해 본 적있을까.


때로는 수영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다는 목표나 더 오랜 시간 수영을 할 수 있길 바라는 것보다, 단순히 리커버리 각도를 일치시키고 싶다는 순수한 열망이 더 깊은 몰입을 돕는다. 수영 실력 향상은 순수한 열망 덕에 얻어지는 보너스일 수도 있다.



닿음이 아닌, 나아감 그 자체가 닿음일 수도 있다.

미완이라 즐거울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