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화경노 Feb 25. 2022

회사는 다녀도 문제,안 다녀도 문제

니가 제일 시끄러우세요.

1. 서로를 배려해서 정숙한 분위기 유지 부탁드립니다.

2. 전화 좀 당겨 받아!

3. 야! 조용히 좀 해. 내가 지금 집중해야 되는데 니 네 때문에 집중을 할 수가 없잖아.


아이유 3단 고음 뺨치는 팀장의 단계별 언어다.

모두 정숙 유지를 당부 하는 말인데,1단계에서 3단계가 되더라도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다.

신경 쓸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서로를 배려하고 업무에 집중 하자고 하면서도 본인은 여전히 업무를 하지 않으며 개인적인 통화를 하느라 바쁘다.


사무실은 사람 수보다 전화기 대수가 더 많다. 사람들의 머릿수가 줄어드는 만큼 남아 있는 사람들이 그 전화를 나누어 가졌다. 그 말은 일도 나누어 가졌다는 말이다. 시장 상황과 달리 목표 이익은 계속 올라가고 꾸준히 흑자를 내는데도 매출 운운하며 직원 채용을 기피하고 고통 분담을 나누어 갖게 했다.


여기까지 들으면 콜센터 업무인가 생각 할 수도 있지만 전혀 아니다.


아마도 고객 서비스 일환으로 시작된 것 같은 전화 업무는 채널톡,AI 챗봇이 등장 한 시점에도 여전히 그대로다.


알고 보면 다 똑같은 내용의 회의는 주간회의, 파트 회의, 월례회의, 영업보고, 전산 회의 등등 각종 명칭을 바꿔 주 3회 이상 하면서도 세상에 어떻게 바뀌어 가는지 전혀 알지도 못하고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수 많은 회의를 하면서도 부서 업무 환경 개선에 대한 논의는 절대 없다.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 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직원들을 위한 장치는 없다. 오히려 기꺼이 2배 이상 노출 시킨다. 타사가 업무 집중 시간을 만들고 IT플랫폼을 이용하는 동안에도 우리는 여전히 따르릉 따르릉 벨소리가 가득하다.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직원들을 갈아 만든 회의 자료는 인사평가 시 관리자의 관리 업무 수행 측정 도구로 쓰인다.

이쯤 되면, 임원이라 칭해지는 이들은 이 문제점을 왜 모르는 건가 하고 의구심이 들 수 있는데 단언컨대, 알지만 알 필요가 없다고 여기는 것이다.

오탈자가 없고 그럴싸한 그래프로 가득 채워진 축적된 문서와 더불어 목표 이익을 달성하기만 하면 임원에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전화 벨소리가 시끄럽게 울려대면 모두가 통화 중일 거라는 생각은 절대 하지 않는다. 사람 수보다도 많은 전화, 받는 사람이 부족해서 허공에 울려대는 그 소리조차 직원들 탓하며 오늘도 히스테리를 뿜어댄다.


매출 걱정은 해도 영업은 하지 않는다.

회사의 매출은 브랜드 네임이 열심히 일을 해서 만들어낸다. 직원이 작성한 서류에 때마다 숫자만 바꿔 제안서를 제출하고 단가를 인상하고 계약을 연장한다. 직원이 설명 해준 내용을 외워 PT를 하고 재계약을 한다.


지금 본인의 자리에 앉아 손톱을 또각또각 깎으며 다 큰 딸의 겨드랑이 제모 예약 전화를 하고 있는 그 사람이 나의 관리자다.


그럴 거면 집에 가라.

내가 니 딸 겨드랑이 사정까지 알 필요 있겠니?


그러면서도 회의시간에는 회사에 나오는 순간 사회 구성원의 역할을 다 하라며 뻔뻔함을 한껏 뽐낸다.


민원 전화받고 있는 직원에게 신경이 쓰여서 서류에 숫자가 안 보인다며 시끄럽다고 핏대 세우는 팀장님, 저희가 진짜 정중히 말씀드리는 겁니다.


다들 재택근무 잘하는데 도대체 넌 왜 안 하니.

신경 쓰여서 숫자가 안 보인다고 소리 지르지

말고 공부 좀 해. 잘 모르니까 안 보이는 거야.

취업 필수 스펙 중 웬만한 건 다 갖고 있는 직원이 작성한 다 된 보고서에 바닥글 이미지 넣는 것 같은 어줍지 않은 엑셀 기능 뽐내지 말고 제발 수식 붙여 넣기라도 잘해서 제안서에 오류 내지 말아 줘.


그리고, 내가 진심으로 말하는건데

여기서 니가 여기서 제일 시끄러우세요.





















작가의 이전글 결핍의 기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